"도의회, 6·2선거 결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최근 도의회에서 전에 없이 격앙된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김두관 지사가 직원들에게 그날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 지사는 1일 오전 9시 도청 별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 정례조회에서 "얼마 전 심규환 의원의 도정질문에 대해 제가 좀 많이 흥분했다"면서 "무한책임을 지는 도지사와 집행부에 대해 비판과 감시, 지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도정 전반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우리도 국토부와 많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예의를 갖추지 않나. 더 할 말, 더 센 말이 많지만 (예의를) 고려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경남도민일보DB

이어 "우리 쪽 기준에서 보면 (도의회 안에)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인 기저가 깔렸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나 싶다"면서 "자유발언과 지난번 도정질문, 이번 도정질문들을 보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9일 심규환 의원의 도의회 도정질문에 잔뜩 언성을 높이며 "모독적인 발언이며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심 의원은 민주도정협의회는 불법조직이며 경남도가 특정정당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지사는 심 의원 외에 한 명의 도의원을 더 거론했다.

그는 "도의원들의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지적들을 너무 다르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어쨌든 집행부와 도의회는 지방자치라는 수레의 양바퀴"라며 "그런 의미에서 편하게 말하자면, 거제 출신 김해연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운을 뗐다.

김 지사는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등 민자 유치 사업을 두고 담당 사무관과 국장님들 공방도 많았고 내 방에서도 많은 토론을 했다. 김 의원 주장이 100%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 모두 다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김 의원 지적에 대해 오히려 반성하고 받아들일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도정질문에는 테크노파크에 1조 원 가까이 지원된 부분을 지적했는데, 1조 원 정도 투입됐으면 민선 5기 10년 후쯤에는 경남의 미래 성장 동력이 이런 것이고 그에 맞춰 인프라를 깔거나 사람을 키워내거나 (하는 계획들을)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투입 대비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아 계산하기 어렵지만 그 흐름을 지적한 것은 매우 합당하다. 더 정확하게 진단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이어 테크노파크에 대한 지적까지 뼈아프기에는 김 의원의 비판이 심 의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김 지사는 김 의원과 심 의원을 각각 '건전한 도정 비판'과 '예의 없는 정치공세'로 대비해 우회적으로 '구별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우리 전체 식구들은 존중하면서도 당당하게 도의회와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지사의 말을 유념해 달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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