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부터 굴착기가 보도블록을 깨부수는 소리가 온 동네를 들썩이게 하더니 점심먹고 약간 나른해지는 시간까지도 작업은 쉴 줄 모른다.

오래되고 노후화된 보도블록을 들어내고 새롭게 단장함으로써 도심의 거리 환경미화와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딴죽을 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해마다 연말이면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게 '김해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관공서의 익년도 예산책정시 당해연도 사업비를 소진 못할 경우 내년도 예산책정시 발생될 불이익을 감안하여 연내에 예산을 모두 소진하기 위해 매년 12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보도블록을 깨부수는 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4대강 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마구 쏟아 붓고는 예산타령 운운하며 복지예산을 확충하지 못하는 반면 멀쩡한 보도블록이 깨부숴지는걸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3년 전,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소득대체율(지급률)을 낮추면서'기초노령연금법'을 제정하여'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는데, 금액이 아직까지 당시에 폐지한 '노인수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회 내에 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초노령연금액 인상 방안 등을 논의하도록 법에 명시가 되어 있지만 여야 모두 여기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예산은 또 어떤가? 보도블록 깨부수는 비용과 설치비용으로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금과 대상자의 폭을 넓혀주면 안 될까? 불편함이 없어 남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까?

추운 겨울은 다가오는데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더 차갑게 느껴지니 몸도 마음도 더 춥다.

/이경우(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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