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6살. 유치원 입학 전, 당신께서 집안 어르신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믿고 서명했던 연대보증으로 마당 넓은 이층집과 이별해야 했습니다.

13살. 취수장 말단 공무원으로 삶의 2막을 열었던 당신.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매주 낮과 밤이 바뀌는 당신의 2교대를 먹고 저는 그렇게 자랐습니다.

18살. 어줍잖은 성적으로 꾸중을 들었던 그날, 처음으로 당신의 분노에 대꾸를 했습니다. 늦은 저녁, 취기 오른 얼굴에 맺힌 당신의 눈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5살. 제대를 했지만 대학 동아리활동에 더 열심인 저를 보며 홀로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노후를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당신의 의지는 10년 가까운 책과의 씨름으로 이어졌습니다.

33살. 정년퇴직을 하신 당신의 손에는 돋보기안경과 함께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35살. 나이 앞에 무기력하기만 한 자격증을 등 뒤로 감추고 당신은 아파트경비원으로 취직하셨습니다. 24시간 격일근무를 한 당신의 손에는 80여만원과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37살. 체력 저하와 야간근무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뇌경색이 찾아왔습니다. 수술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제는 몸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를 던져 언제나 스스로 '우리'의 깃발이 되어주고자 살아온 당신.
당신의 65년 힘겹고 숨가빴던 노동에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힘겨운 오르막길, 늘 혼자였지만 이제는 저희가 당신의 다리가 되겠습니다.

'건강'과 '행복'이 남은 여생, 삶의 화두가 되기를 소원하면서…

-사랑하는 아버지 강용호의 65주년 생신에 붙여 아들 일성 올림

광고주 = 강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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