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60대 남성, 분뇨 투척
누리꾼 격앙…경찰 "형법 해당하는지 검토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분뇨를 투척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14일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께 김해 봉하마을에서 정모(62·경북 경산시) 씨가 하얀 물통에 담아온 인분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뿌리고 유인물을 살포했다.

정 씨는 노 전 대통령 묘역과 사저 주변을 경비하던 전경들에 의해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혀 김해서부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뿌린 유인물에는 "친북 좌파세력들이 전교조·전공노 같은 빨갱이 세력들의 생성을 도와서 청소년들의 정신을 세뇌시키고, 국가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젊은 층의 지지로 당선된 뒤 재임기간에 장관 등을 잘못 임용해 좌익이 판을 치는 것에 불만을 품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이 전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인분을 모아 물통에 담은 뒤 배낭에 넣어 기차편으로 진영역에 도착, 봉하마을로 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가 분뇨를 투척할 당시 묘역 주변에는 휴일을 맞아 봉하마을을 찾은 참배객 100여 명이 있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묘역을 비닐막으로 덮고 참배객의 접근을 통제했으나, 주변 청소를 끝낸 뒤 오후 늦게 정상적으로 개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 죄에 대한 법령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형법상 '사체 등의 오욕'(159조) 죄가 성립되는지, 또 일시적이지만 묘역 제단 위에 분뇨를 버렸기 때문에 '재물손괴'(366) 죄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에 따르면 사체·유골 또는 유발(남겨진 머리카락)을 오욕(더럽히거나 욕되게 함)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도의조차 없는 인간" "말도 안되는 일을 또 겪는다"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노무현재단 공식사이트인 <사람사는 세상>(www.knowhow.or.kr) 게시판에도 누리꾼들의 비난글이 이어졌다.

누리꾼 '상식과 몰상식'은 "고인 묘에 뭐 하는 짓인지. 정부는 국격을 생각해서 엄중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밝혀 주길 경찰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묘역이)지나칠 정도로 개방형이어서 걱정이 된다. 차라리 국립묘지에 안장시켜드려야 했던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국립묘지 가면 뭐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는 불까지 지르는데. 묘역 경비가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지난 2월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방화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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