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서울지방노동청 컨벤션 홀에서 열린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실과 미래를 말한다' 토론회에 다녀왔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여성노동자의 처우는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성차별,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사례 등 여전히 열악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고용평등상담실은 여성노동자의 최후 보루로서, 법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내담자 역량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 및 정책제언 등을 통한 여성노동현실의 실질적인 변화를 꾀해왔다.

점점 작아지는 대한민국 고용평등 발자국

우리지역에서는 마창여성노동자회에서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너무 억울해서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이런 이야기(성희롱), 어디 다른 데에 가서 하기 어려워서 여기로 전화했어요" "담당근로감독관이 회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서…" 등등 여성노동자들은 이렇게 처음 말문을 연다. 이어서 현장에서의 힘겨웠던 이야기들, 아이문제, 생활의 고통 등도 함께 털어놓는다.

이런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앞에 두고, 고용노동부는 2009년 각 지청의 고용평등과를 근로기준과에 통폐합시켰다. 그럼으로써 성차별, 모성보호나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고용평등업무는 과중한 일반노동사건의 부가업무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고용평등에 대한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내담자와의 소통이나 사건 관련 협의, 조율은 물론 원활한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통폐합에 이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고용평등상담실의 지방이양문제를 논의,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예산, 전문성, 집행력 등을 필요로 하는 고용평등업무를 사후 아무런 조치도 없이 '떠넘기기'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10년째 꿈쩍도 하고 있지 않는 예산에 대해서는 말하기 부끄럽기까지 하다.

모든 법규범을 현실 노동시장에 면밀하게 적용, 현실화시켜내지 못하는 점과 함께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기업의 성과주의 시스템에 따라 고용차별규범은 불편한 것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퇴색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여성노동자의 사회권 특히 고용평등의 권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여성, 온전한 노동자 인정못받고 계속 밀려

여성노동자들은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으며 그것은 여성의 노동권의 문제를 넘어 여성 삶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 대신 늘어나는 일자리는 '불안'을 운명처럼 지니고 있다. 임금, 고용에 대한 '불안'은 '저출산' '부모권과 생활권의 부조화' '끊이지 않는 성희롱' '경력단절' 등과 같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있다.

   
 
고용평등 실현을 위한 여러 과제를 담당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벽아래 구급차가 되기보다 절벽 위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문구처럼 불행의 예방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을 지지해주는 여러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아끼지 말고 언제나 337박수를 쳐주자.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여성노동자!'

/박미영(마창여성노동자회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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