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닷컴' 편집장 정부권 씨

시사·대중문화관련 유명블로거에서 인터넷 신문 편집장이 된 사람이 있다.

경남을 넘어 전국의 파워블로거들 이 모여 만들어진 <100인닷컴> 편집장 정부권(46) 씨가 그 주인공.

그는 2008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시사·대중문화분야에서 왕성한 필력으로 꾸준히 포스팅을 해오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블로거로 성장했다.

그런 그를 13일 오전 만났다. 이날도 그는 자신이 포스팅한 글 때문에 곤욕 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서 유명 블로거로…올 초 편집장까지 맡아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했는데도 계속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의 글을 포스팅했는데, 그 글을 본 업체 본사에서 전화가 와 문제를 해결해 주겠으니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이 온 겁니다." 새삼 블로그 글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가 블로그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4월경이다. 평소 안면이 있던 기자와의 술자리에서 블로그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젊은 날 노동운동과 진보정당활동을 하며 사회·정치문제에 눈을 떴다.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하고 1982년에 창원공단의 현 'S&T 중공업' 노동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89년에는 '효성기계'에서 노조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수배당해 구속되기도 했죠.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여영국 현 도의원이 함께 활동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진보주의 활동으로 잘 짜인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써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나 진보적 인터넷 언론매체인 <레디앙>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생각과 필력을 유심히 본 기자는 개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직접 블로그를 개설·운영까지 도와주게 된 것이다.

꾸준한 발굴 보도로 세상 바꾸는 블로그 공동체 만들 터

이후 그는 <경남도민일보>가 주도한 '블로그 기자단'에 가입, 경남 민간인 블로그 기자단 1호가 되면서 정식으로 블로거 기자가 됐다.

그가 블로그에 맛을 들인 것은 자신의 첫 포스팅이 유명해지면서였다. 제목은 '삼성은 뭔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다'. 동네 슈퍼 주인의 삼성 예찬론을 듣고 그에 대한 비판을 맛깔 나게 쓴 글이었다. 이 글은 포스팅 한 뒤 이틀째 되던 날 다음 실시간 뉴스에 올라 3시간 동안 5만 명이 보는 큰 히트를 쳤다.

블로그를 시작한 시기도 절묘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시사 블로거들에게는 정말 황금기였죠." 그런 과정에서 맺은 블로거들과의 인연은 그에게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됐다.

그런 그가 <100인닷컴> 편집장이 된 것은 운영자의 사정 때문이었다. 올해 초 설립자인 김주완 기자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으로 임명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

비록 사정상 운영을 떠맡은 것이지만 나름의 운영 방침과 철학은 확고했다.

"<100인닷컴>은 종이신문 형태를 따라가면 안 됩니다. 정보력과 취재력이 확보된 신문사 기자들을 이길 수도 없고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종이신문이 다루지 못하는 부분, 지역의 소외된 소식과 정보를 발굴하고 보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고 살길입니다. 이것이 100인 닷컴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중요 이슈나 사안에 대해 눈감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경남의 첫 야권 도지사가 정권을 이룬 만큼 격려와 비판을 하는 것도 <100인 닷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 강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할 것입니다. 반면에 생활복지·밑바닥 서민경제 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보도를 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도지사가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도 <100인닷컴>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경남도민일보> 메타블로그 보다 더 나은 블로그 공동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그를 평범한 시민에서 인터넷 신문 편집장으로 만든 블로그. 그에게 블로그는 어떤 것일까?

"블로그는 일단 내 놀이도구이고, 하고 싶은 말 얘기 들어주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회발언을 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이지요. 그러나 궁극적 블로그 글쓰기는 자기 존재를 계속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관심분야에 대한 취재와 글쓰기는 결국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는 기록으로 또 자기만의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