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인준 낙마와 관련해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지방언론의 한 주체로서 그 탓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반성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메이저 신문이라 자처하는 신문사에 게재된 사진을 오마이뉴스가 찾아내 특종보도를 하면서 거짓말이 두 번, 세 번 반복되자 국민은 젊고 참신한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김태호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실망과 분노로 돌아서게 됐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김태호의 거짓말만 주목을 하고 지방언론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따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김태호가 박연차 씨를 알게 된 시점이 2007년이고 그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을 때 이 지역 기자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했을 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지방언론-토호 밀착 총리후보 낙마 불러

도청에 출입하는 지역신문 기자들의 기억력도 김태호 기억력과 궤를 같이했던 것일까? 오마이뉴스에 인용된 사진을 실었던 해당 신문사는 과거자료들을 모두 파기시켜 버렸던 것인가? 그동안 끼리끼리의 지역정서에 취해 어지러이 나뒹굴던 토착비리 놀이판을 중앙언론이 정리했으니 지방언론은 스스로 멋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련만, 최근 보도를 보면 중앙정치, 중앙언론의 견제나 텃세 부리기가 있지 않았나 하는 식의 핑계를 대며 자신들의 허물을 덮어가고자 하는데 참으로 가증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무원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지방 언론이 단체장 길들이기에 얼마나 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지역 정치인이나 고위직 관료들은 지방언론과 대립각을 세워 결코 득을 볼 게 없으므로 지역 관가에서는 광고지원은 물론이요, 출입기자들 뒷주머니에 봉투를 슬쩍 찔러 주기도 하는 행태가 당연한 관행으로 굳어왔다.

기자들은 그 맛에 길들어 현장취재보다는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로 기사를 쓰는 것이 수월하고 편하지만,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만큼 양측은 쉽게 흥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양측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밀월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여론에 기대어 표를 얻어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일단 고지에 오르기만 하면 언론부터 장악하려 들고, 언론들은 그들과 유착해 토호세력을 형성하고, 토호세력은 그들끼리 서로 두둔하므로 한번 당선된 정치인의 재선, 3선은 떼 놓은 당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밀월관계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언론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 대놓고 진실을 말할 사람이 없다.

공인에 대한 비판·질책 언론 책무 다해야

설사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해 버리면 찻잔 속의 메아리로 끝나버리므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처럼 지방언론과 토호세력 밀월관계의 오랜 관행 속에서 젊은 정치인 김태호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김태호가 도지사 재임 시에 지방 언론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붉어진 흠집들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갔더라면 이번 불행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패거리 풍토가 결국 누이도 망치고 매부도 망친 셈이다. 특종 사진을 남에게 뺏긴 언론사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중앙정치, 중앙언론의 견제니 텃세 운운하며 자신의 허물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있다.

   
 
팽이가 채찍을 맞을수록 바로 서듯, 만백성을 상대로 하는 공인은 올바른 비판과 질책이 있을 때 똑바로 설 수 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계기로 이 지역 민심을 좌지우지하는 지역언론들은 우리의 선인들이 후세를 가르칠 때 들었던 회초리를 다잡아주기 바란다. 이 지역 경남에서 자란 자식이 중앙무대에 가서 두 번 다시 망신만 당하고 좌절해 돌아오는 촌놈이 되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홍성운(경남해양체험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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