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롱고(가명)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5년 전 쯤 한국에 시집온 결혼이민여성입니다. 그때 나이 스물두 살, 한창 꽃다운 시절에 한국인 남자와 결혼을 하여 생면부지의 땅 대한민국으로 먼 길을 건너왔습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행복'이 아니라 '이혼'과 '고난'이라는 '불행'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남편 가족이 내민 협의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타국 땅에서 홀로 되었습니다. 그동안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했답니다. 어떤 때에는 체류 연장 시기를 놓쳐 거액의 벌금까지 물어 모은 돈을 허무하게 날린 적도 있답니다. 그런 그가 뒤늦게 전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심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혼으로 '코리안 드림'좌절 결혼이민자

그가 1심에서 패한 이유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에 시집을 온 후 한 번도 남편과 부부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남편의 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시어머니에게나 남편의 형제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몰랐고 그것을 이야기하기에 너무 민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수시로 그에게 "왜 아기를 갖지 않느냐?"며 은근히 압박까지 했답니다. 몇 달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병원엘 가게 되었고 시어머니는 그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다녔습니다. 보약도 많이 달여먹였으나 남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전혀 가망성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부부관계를 꺼렸습니다. 기껏해야 혼자 자위하다 잠이 드는 정도였답니다. 남편은 또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답니다. 식물인간 같은 남편과의 이런 생활이 너무 힘들어 솔롱고는 직장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시어머니가 달라고 했답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을 시어머니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번 돈마저 시어머니가 모두 관리하는 것도 사실 불만이었는데 자신이 번 돈마저 그렇게 된다면 생고생해가며 일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솔롱고는 완강히 거부했고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누이가 협의이혼 서류를 가져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시누이가 왜 그랬는지 최근에 와서야 깨달았답니다. 협의이혼서류에는 '성격차이' '위자료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자신은 그 내용을 알았든 몰랐든 도장을 찍었으며 판사는 협의이혼을 인정했습니다. 왜 그가 이렇게 불리한 이혼을 받아들였을까요.

솔롱고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만약 지금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협의이혼 안 하죠. 내 인생이 망가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땐 정말 그 지옥 같은 데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참고 살아야 했죠. 젊은 나이에 외국으로 시집왔다가 이혼녀가 되어 돌아갈 순 없잖아요. 한국에선 '화냥년(還鄕女)'이란 말이 있다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람을 곱게 보진 않아요."

'환향녀' 낙인찍힐 수 없어 '법'에 안간힘

   
 
 

울고 싶은 아이 뺨때린 격으로 시누이가 협의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한 탓에 그렇게 하긴 했지만 지금 그는 후회가 막심하답니다. 한국에서 계속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는 체류연장도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위자료 청구소송을 통해 결혼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영주자격인 F-5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1심에서 지고도 다시 항소를 하는 이유는 이대로 이혼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절벽 끝에 선 자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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