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지방자치] "정책으로 승부할 때 미래가 열린다"

김두관(52·무소속) 경남도지사가 민선 5기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가량 됐다. 바쁜 업무 탓에 얼굴이 좀 까칠해보이긴 했지만 김 지사는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터라 도정 업무 전반을 익히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다만, 함안보 같은 4대강 이슈 등 주요 현안이 취임하자마자 안겨져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른 느낌이랄까. 그는 이제 경남 행정을 속속들이 짚어보려 한다. 그래서 바쁜 업무 중에도 머리를 맑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도청 내부를 재점검하고 실국원장들의 업무 스타일에 일침을 가했던 그는 현재 각 시·군을 돌며 업무 보고를 받는 중이다. 그는 김태호 전 도지사가 추진했던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는 환경을 덜 훼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경남개발공사에서 맡은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그리는 도정은 어떤 것일까.

김두관 지사는 계획만 장밋빛인 사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꼼꼼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임자가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지사의 일은 정치가 50, 행정이 50이라고 했다. 낙동강 사업이 거론되면 늘 '정치적으로 푼다'고 하는데 김 지사는 "정치를 이상한 영역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군수와 도지사의 견해가 다를 수 있고, 그건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으로 승부할 때 미래가 열린다'고 했다. 김 지사는 남해군수 시절, 정책으로 군민들에게 다가갔고 그것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창원 통합시의 광역시 승격에 대해서는 시기상조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체 시·군·구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온 다음에 광역시 승격을 하든 말든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현 지사는 어떨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 지사는 가사도우미 쓰나? 이런 질문도 나왔고.

"관사 도우미 안 씁니다. 집사람이 몸이 좀 안 좋아서 지금 장모님이 와 계십니다. 관사 이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파트 구입할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공인이고 그곳에서 도정을 봐야 하기 때문에 관사에 들어갔습니다. 그전 관사(현재 '도민의 집')는 (너무 커서) 오해가 있겠다 싶어서 반대한 겁니다. 취임 당시 아파트 관사 4개, 단독주택 관사가 1개 있었습니다.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을 택한 것은 이웃을 배려한 건데요, 아침부터 결재받는다고 공무원들 주르르 서 있으면 불편을 주니까. (현재 관사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고요."

-낙동강 사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취임 이후 계속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찬·반 쪽이 서로 '정치적으로 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장·군수들도 얼마 전 입장을 발표했는데, 낙동강 사업을 찬성하는 단체장과는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겁니까.

"시장·군수와 도지사의 견해가 다를 수 있어요. 시장·군수들 주장에 또 시민들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존중돼야 합니다. 내가 시장·군수들에게 (낙동강 사업) 반대하라고 한 적 없지 않습니까. 시장·군수는 정치와 행정 비율이 60대 40 정돕니다. 그런데 도지사는 50대 50입니다. 광역행정을 수행하는 장이기 때문인데…. 정치를 이상한 영역으로 예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3개 시장·군수들이 낙동강 사업 원안대로 해 달라고 요구했지요? 하지만, 합천군수는 군민들 피해가면 안 된다고 말했고, 함안군수도 침수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협의회가 만들어지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존중합니다. 그러나 도지사의 입장도 인정해 줘야 합니다. 특위 만들어서 수질, 침수 종합해 의견 듣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건의할 겁니다. 그걸 수용할지 말지는 정부의 몫입니다."

-통합 창원시를 광역시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합이 우여곡절을 겪고 된 만큼 (창원시는)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문제, 삶의 질 높이는 문제를 고민하는 중일 겁니다. 그런데 특례조항이 관철되면 그런 고민이 더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책임 있는 분들이 이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뜻에서 이 문제(광역시 승격)를 꺼내는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합 과정에서 후유증이 있었고 소외도 큰데, 이런 문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통합이 아직 논의 중인데, 전체 시·군·구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온 다음에 광역시 승격을 하든 해야 합니다."

-김 전 지사가 진행했던 사업 중 승계하거나 재검토해야 할 사업, 뭐가 있을까요.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많은데, 분양률 낮은 것은 이미 진행된 사업은 그렇다 치고 추가로 늘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또, 경남개발공사 같은 곳을 보면 예전에는 도가 넘겨주는 사업을 했는데, 요즘에는 자체 공사를 많이 벌여요. 계획대로라면 분양률이 높을 텐데 800억 가까이 부채가 있습니다. 제대로 점검하고, 또 몇몇 사업은 지양해야 합니다. 바로 로봇랜드만 봐도 국·도·시비 7000억 원이 들어갑니다. 경남도로 볼 때 거가대교 이후 매우 큰 사업입니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진행할 겁니다."

김두관 지사는 지난 23일 집무실에서 "도지사의 일은 정치가 50, 행정이 50"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할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김구연 기자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는 승계하되 친환경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요.


"원칙을 이야기한 겁니다. 그렇다고 기존 계획이 덜 친환경적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전임자가 했던 일 승계해서 마무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해안 개발계획 중에 섬과 섬을 연결한다는 오션 브리지 등은 환경 훼손 우려가 있습니다. 사업 모두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돼 있습니다. 덜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리될 겁니다."

-취임한 지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취임 후 지사직에 대한 느낌이랄까, 남해군수와 행자부 장관 때와 다른 점은 뭔지 궁금합니다.

"수평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군수는 풀뿌리지방자치를 책임지는 사람, 행자부는 중앙부처 간 조율이 중요합니다. 도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지방정부고요, 처지와 조건이 좀 다르지만 상호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서 군수, 장관 경험이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도지사가 매우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고요, (웃음) 민선 시작되면서 도민의 기대가 많고, 무한책임을 느낍니다. 그런데 기대가 높은 반면 도가 해줄 수 있는 서비스는 많지 않습니다. 최근 의령군 방문했을 때 제안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려면 도 예산이 6조가 아니라 60조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웃음)…. 예산의 합리적인 배분이 중요하겠지요. 한편으로, 시급하지 않아도 내 재임 때에 해줘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정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도지사는 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고급인력입니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잘 시키고 관리하라고 있는 자린데, 그러려면 전략적으로 맥을 잘 잡아 일을 시키고 성과도 점검해야 합니다. 일정을 좀 느슨하게 해서 자기 시간을 많이 갖고, 머리가 맑은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임기 끝나고 난 후 큰 그림이 있습니까.

"그림, 못 그려보고 있고요, 내 자랑 같지만 일로써 승부하려고 합니다. 조직이란 거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최연소 군수, 개혁 군수라면서 재선, 3선 한다고 조직 (만드는 일) 못하겠더라고요, 정치는 자기 장기를 살리는 겁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말 잘하는 사람 있지 않습니까? 저는 오로지 정책을 갖고 평가받을 거고요, 임기 후에 '경남에 새로운 시책이 많았다,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는 평가가 나오면 좋겠지요. 정책으로 승부할 때 미래가 열리는 겁니다."

-일찌감치 트위터를 하셨는데, 경남도도 트위터에 열심이고요.

"트위터 좀 하려고 합니다. 참 좋더라고요. 글 양이 많으면 실력이 뽀록나잖아요. 짧은 글만 쓰니까 그럴 염려도 없고(웃음). 하나의 흐름, 아이콘이 된 것 같습니다."

대담/이수경 자치행정부장·정리/진영원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