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실험 거점 역할 꾸준히 해야"

#1 영화배우 심은하 소유의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에 두 예술가가 동거하고 있다. 지난해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가로 데뷔한 탤런트 심은하가 최근 자신의 집을 작가들에게 내어준 것이다. 수십억 원대의 빌라를 아무 조건도 없이 두 예술가에게 빌려준 이유는 생활은 어렵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한 심 씨의 바람이었다. 심 씨가 포함된 예술가 후원 그룹의 다른 회원들도 자신의 고급주택을 예술가 2~3명을 뽑아 2~3년간 사용토록 빌려주고 있다.

#2 국내 미술인 사이에서 성공한 사례로 알려진 대표적 공공예술 프로젝트에는 대안공간인 안양 스톤앤워터의 석수시장 프로젝트가 있다. 석수시장의 '석수'를 영어로 옮긴 이름답게 스톤앤워터는 지역과 생활 속에서 예술활동을 벌이는 일을 해 왔다. 석수 아트프로젝트의 핵심은 국제 레지던시다. 석수시장의 빈 점포를 전시장과 작업실로 삼아 삶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시도다. 작가들을 시장에 입주시키고 약 3개월 동안 작업하게 하는데 철저하게 글로컬(Glocal=Global+Local)하게 진행한다. 현재 영국과 독일, 스위스와 뉴질랜드, 일본에서 온 외국 작가 13명과 한국 작가 8명이 벌이는 프로젝트는 지역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뒤져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을 파헤치고 삶을 관찰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면 일본인 인류학자는 한국의 '아파트 천국'을 테마로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있고, 독일인 사진작가는 주위의 텃밭과 화단, 평상, 간판대 등 주민들이 도시를 사용하는 나름의 방식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 문화예산 집중 지원·지역성 등 바탕 전국적 확산

   
 
 

최근 몇몇 경남의정부 문화예산 집중 지원·지역성 등 바탕 전국적 확산도내선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유일'경남문화재단 프로그램 공모, 지속·체계적 사업 모색을 예술가들이 전시장과 무대 대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도내에서 처음으로 문화예술위원회 기금을 바탕으로 한 경남문화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 프로그램당 5000만 원 이내로 개인과 단체의 지원을 31일까지 받아 창작을 지원해 지역문화예술 향유권을 늘리겠다는 사업이다.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예술가 겸 기획자는 처음 시도해보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우선 레지던시의 탄생을 보면, 1970년대 모더니즘 미술을 거쳐 80년대 민중미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른 국내 미술이 찾은 2000년대 대안공간을 초석으로 하고 있다.

그 후 10년간 갑작스레 부상한 것이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한 '레지던시'이다. 작년에는 국내 최대 레지던시 창작센터인 경기창작센터가 경기도 안산에 들어섰고 100년이 지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인천아트플랫폼이 생겨나기도 했다.

현재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만 해도 도내 1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0여 곳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레지던시 사업이 늘어난 결정적 요인은 정부의 문화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것과, 레지던시가 지역성을 근거로 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 활발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경남에서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도 도내 미술계가 다양성을 가진 미술인 육성보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배경도 작용했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통해 올해 첫 시행하는 경남문화재단의 레지던시 사업이 실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도내선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유일'

전국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첫째는 입주 기간이다. 3개월 단기입주가 보편적인데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작품생산까지 참여하는데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성대 정헌이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약간 긴 휴가 정도의 기간에 작품 활동에 전념하긴 어렵다. 마지막 한 달은 작가가 또 다른 레지던시를 찾는 기간이 되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이동하며 공부하는 '메뚜기'처럼 레지던시 작가로만 살아가고 있다. 박사 후 과정에 빗대어 대학원 후 과정(Post-Graduate Program)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남문화재단 신희재 문화사업팀장은 "사업은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이지만 프로그램을 검토해 시간에 쫓기지 않게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많은 프로그램이 작가간 스킨십은 늘어났지만 정작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은 늘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전주대 이영욱 교수는 일반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해 "주민과의 접촉은 방문 체험, 미술교육 정도인데 이런 수준으로 진행되는 레지던시가 지역 미술실험의 거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작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남문화재단의 올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젊은 대학생을 현직 작가의 레지던시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문화재단 프로그램 공모, 지속·체계적 사업 모색을

마지막으로 살펴볼 과제는 지속성이다. 관 주도의 사업이다 보니 사업예산에 따라 해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오락가락하는 경향에 대한 지적이다.

사업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장기계획을 갖지 않고 개별적이고 단발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다수다. 따라서 경남문화재단의 레지던시 공모 심사에서는 프로그램 기획자가 향후 사업에 대한 비전을 밝혀 단발 이벤트 사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사업으로 어떻게 연계시켜 나갈지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레지던시 도내 상황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활용했던 대안공간의 활약은 미미하다.

대안공간 마루나 공공미술단체인 프로젝트 쏠 등은 대안적인 활동은 계속하고 있지만 골격을 갖춘 레지던시 사업을 운영하진 못했다. 농촌 폐교를 활용해 만든 마산아트센터가 비상설로 간간이 운영하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와서 레지던시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도내에선 유일하게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이 세라믹창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적, 장르에 관계없이 숙소와 스튜디오를 쓰면서 월 50만 원의 지원비를 받는 6개월의 장기프로그램과, 이용료 20만 원을 내고 숙소와 스튜디오를 쓰는 3개월의 단기 프로그램이 있다. 장기프로그램 작가는 관람객 체험 프로그램에 매주 참여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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