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고공농성 나흘 째, 각계 지지방문 잇달아

함안보 고공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 나흘째. 휴일이기도 한 25일 함안보(4대 강 정비 사업 낙동강 18공구) 일대는 대체로 고요한 편이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이환문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동안 이따금 문자 메시지도 왔지만, 지난 24일부터는 이마저도 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무덥고 습한 날씨에서 두 사람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음식과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24일 한때 잠시 방향이 바뀌기도 한 크레인은 원래 위치대로 돌아와 25일 현재 기역이 180도 돈 모습이다. 펼침막도 여전히 가로로 2개, 세로로 1개가 붙어 있다. 25일 오후 진주와 부산 등에서 오는 크레인 농성 지지자들의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다.

○…4대 강 반대 쪽과 찬성 쪽이 거의 같은 구역에 집회 신고를 낸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겼다. 함안보 크레인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난 22일 전망대 앞에서 4대 강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설명회도 한 화왕산포럼(회장 하종태)이 이날 8월 3일까지 집회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신고한 구역은 전망대 옆 주차장부터 정문까지 700여 m 거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왕산포럼은 집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신고를 하고도 집회를 하지 않는 '유령집회'에 해당하겠다. 또, 경찰에 따르면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쪽도 같은 날 8월 13일까지 집회 신고를 했다. 화왕산포럼보단 조금 늦게 신고가 이뤄졌으나 경찰은 정문 근처 농성장부터 전망대 앞 둔치까지 거리 행진과 촛불집회를 허락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담당 서장이 집회 시간과 장소가 겹치는 2개 이상 신고가 있을 때 이 집회들이 상반되거나 서로 방해가 된다면, 뒤에 접수된 집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할 수도 있다.

○…경찰은 여전히 휴대전화 배터리를 전달하는 데 대해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옆 가물막이 위에 경찰 또한 천막을 치고, 가끔 두 크레인 농성자와 소통도 하고 있다. 경찰은 크레인에 있는 두 사람이 위험해 보이거나 소란스러우면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당부도 한다고 했다.

○…크레인 농성 현장에는 창녕경찰서 이연태 서장이 직접 지휘를 하고 있다. 이 서장은 크레인 아래 설치된 경찰 천막까지 수시로 나오면서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서장은 이번 일뿐만 아니라 업무를 보러 자주 현장에 나간다고 한다.

○…시공사인 GS건설이 농성 중인 이들과 크레인 점거 첫날 정문을 넘어간 두 사람을 상대로 창녕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문을 넘어간 두 사람에 대해선 22일 하루 조사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애초 4시께 조사를 마칠 것으로 보였으나 경찰이 상세한 경위 파악에 나서 두 사람은 오후 8시 30분께 경찰을 나왔다. 경찰은 크레인 점거 농성 중인 두 사람에 대해선 불법 시설물 점거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보고 앞으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24일 함안보 주변에는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크레인 자체에는 낙뢰에 대한 안전이 보장돼 있다"고 했다. 하룻밤 새 다소 저지대에 있는 정문 맞은편 천막 농성장도 다행히 비 피해는 없었다. 돗자리도 물에 잠기지 않도록, 아래에 플라스틱 받침대를 깔았다. 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정치·종교계 사람들은 매일 저녁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함안보 전망대 앞 둔치에서 크레인 쪽을 바라보며 "최수영 이환문 우리가 있다!" "이환문 최수영 우리가 함께한다!" 등을 외치고 있다. 이 함성에 이환문 처장과 최수영 처장도 계속 야광등으로 빛을 내며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다.

○…함안보 전망대부터 정문까지는 3m가량 높이의 철로 만든 울타리가 늘어서 있다. 울타리가 시야를 완전히 가려 크레인의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다. 전망대에서 보더라도 크레인 쪽 동료의 모습을 보긴 어렵다. 그래서 지지 방문을 한 이들은 전망대보단 크레인과 가까운, 강 건너편 산 중턱에 올라 이 처장과 최 처장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농성을 지지하는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산·경남아고라, 밀양촛불모임, 마산창원 열린사회희망자치연대, 보성환경운동연합 등 많은 단체가 찾았다. 26일부터 함안보 일대에서는 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촛불문화제는 변함없이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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