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도지사' 강경 견제론 의장 잠정합의안 수용 난관

개원 첫날부터 발생했던 경남도의회 파행 운영은 6·2 지방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갈등 양상이 표면화된 후였다. 봉합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원 구성을 둘러싼 경남도의회 파행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의원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이 도의회에 펼쳐져서 해결이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개혁연대라는 교섭단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대화와 합의정신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도당위원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정점에 둔 상명하복 정치가 지방의회에 만연해 있어 건전한 생활정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가세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허기도 의장이 한나라당 김오영 원내대표, 최해경 부대표, 그리고 민주개혁연대 손석형, 김해연 공동대표와 함께 도의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안 도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제공

◇ 유례없었던 의석 구성 = 현재 경남도의회 의석은 총 59석으로 이 중 한나라당이 38석, 비한나라당이 21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6∼8대 도의회를 거치면서 이 같은 의석 구성은 나타난 적이 없었다. 비한나라당 의원들이 5석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제도 정치권에서 파란을 일으킨 지난 8대 의회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한나라당 42석, 민주당 2석, 민주노동당 2석, 무소속 6석으로 도의회가 구성됐다. 비한나라당 의석이 10석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의석 비율이 6∼8대 도의회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 대항마로 무소속 연대가 활동하기도 했지만, 교섭단체 구성 움직임은 없었다.

8대 도의회 시절 비로소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경남도의회 교섭단체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한나라당과 차별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하반기 원 구성이 지난 터였다. 이들은 제9대 도의회를 기약해야 했고, 실제 제9대 도의회가 출범하자 비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석수는 전체 의석의 3분의 1에 육박해 있었다.

◇ 책임지는 대화 창구가 없다 = 9대 도의회가 개원하기 전 민주노동당, 민주당, 진보신당 등은 민주개혁연대를 결성해 교섭단체를 구성했고 한나라당에 의석 비율을 고려한 의장단·상임위원장 할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 후보 단일화 방안을 선택했다. 지난달 25일 창녕 부곡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방의원 당선자 워크숍 자리에서였다.

야권 무소속 도지사가 이끄는 도정에서 한나라당이 강력한 견제 정당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도의회 의장단뿐 아니라 각 시·군의회 의장단 출마 후보 모두가 교통정리 됐다.

이 때문에 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 어느 곳에서도 정치적 신념을 달리하는 의원들 간에 교섭다운 교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들은 '한나라당 부곡 워크숍'은 결연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안홍준 도당 위원장이 배석한 이날 모임에서는 비한나라당 의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여지를 잘라 버렸다.

이 같은 한나라당 내 강경 기류는 '부곡 워크숍' 결정을 따르지 않고 의장단 선거에 출마한 시의원 3명을 지난 10일 제명 처리하면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민주개혁연대 대표가 만나 교섭을 벌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의장단을 미리 정해놓은 한나라당 당론에는 처음부터 교섭 대상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민주개혁연대와 비한나라당 의원들이 의회 개원일에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분개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허기도 의장의 노력으로 양 교섭단체 대표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현직 국회의원 도당 위원장이 주재한 '부곡 워크숍' 당론이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도의회가 원활하게 운용되려면 교섭단체 간 대화 정치 일상화와 합의정신 존중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초선 의원인 최해경 한나라당 의원(원내 부대표)은 "한나라당이나 비한나라당이나 처음 겪는 일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어떤 형태로든 교섭의 룰을 찾아야 의회 정상화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 총회가, 교섭단체 간 합의 정신 존중과 강경 노선을 표방한 당론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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