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안수정 씨

흔히 우리는 노린재라고 하면 노린내 나는 '뿡뿡 방귀쟁이' 정도로 안다. 하지만, 노린재 소개만으로 296페이지에 달하는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다. 생생한 생태사진집 같은 이 책만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나라 노린재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비교하고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생태'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안수정(사진) 씨의 <노린재 도감>이다. 이 책과 저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럿이다. 지금부터 한 장씩 넘겨가며 찬찬히 훑어보자. 

   
 

1page…일반인을 위한 현장용 곤충 도감은 많지만, 주변에 너무 흔하고 많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노린재 무리를 특화해 일일이 이름을 찾아준 책은 이전에 없었다. 종류가 너무나 많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작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최초의 <노린재 도감>, '1'이라는 의미가 있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생태강사이자 네이버 인기 카페 <곤충나라 식물나라>를 운영하는 안수정 씨에게 '최초'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다. 충남대 응용생물학과(농생물학과)에 입학해 곤충실험실에서 연구한 최초의 여학생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관련된 어떠한 활동을 하든 여성 최초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19page…안수정 씨는 시골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운명은 19살, 고3 때 바뀌게 된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대학원서 접수 때 20점 하향지원을 권했다. 안정적으로 많은 학생을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응용생물학과에 지원·합격했고 식물보다는 밖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곤충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66page…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은 6600여 명의 열성 회원들을 자랑하는 <곤충나라 식물나라> 카페 운영자다. <노린재도감>은 안수정 씨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2005년 카페 초기 멤버인 김원근·김상수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경기도에 사는 김원근 씨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장님노린재' 분야를 사진으로 개척하며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무한 지지를 보낸 사람 중 한 명이다. 두 사람 도움 외 242종 소개 중 20여 장은 카페회원들의 사진이다. 아무 조건 없이 선뜻 사진을 보내 준 것이다. 이 책의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100page…두 아이의 엄마로서 어떻게 이 많은 노린재를 찍고 일일이 이름을 찾아주었을까. 결혼 후 10여 년을 육아에 전념하다 둘째아이가 4살 되던 해부터(지금은 10살)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동네 뒷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가는 일은 드물다. 100m 걷는 데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해 열심히 관찰하고 사진 찍다 보면 그렇게 몇m도 올라가지 못하고 해지기 전 집에 와 정리하고 자료 찾고 잠드는 시간은 매일같이 새벽 4시다. 아침밥은 신경 쓰지 말라며 늘 격려해주는 남편과 두 딸이 있어 가능한 생활이다.

125page…125페이지에 소개된 '방패광대노린재'는 희귀하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매우 드물게 보인다. 안수정 씨도 예전과 비교하면 곤충 개체 수가 참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대학 3학년, 표본 150종을 만드는 수업 때문에 산에 오르면 잡아도 잡아도 또 있고 돌아서면 있고 하던 곤충들이 이젠 뚫어져라 찾아봐야 한단다.

거듭하는 연구와 발견으로 확인되는 종류 수는 더 많아졌지만, 개체 수는 확실히 줄고 있다.

233page…안수정 씨는 대학 다닐 땐 그저 곤충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식물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5년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에서 강사를 하기 전 식물 쪽 강의를 먼저 듣게 됐다. 이때 비로소 나무만 보다 숲을 보게 됐다고 말한다. 233페이지의 '담배장님노린재'는 주로 담배와 같은 가지와 식물을 해친다. 식물이 중요한 이유는 곤충이 먹기 때문이다. 먹이를 알면 곤충의 특성을 알 수 있다. 가령 '이 나무에서만 이 곤충이 보이더라'라고 하다면 그 나무만 찾으면 항상 그 곤충을 볼 수 있다는 것. 곤충 관찰의 기쁨과 감동은 두 배가 됐다.

296page…이 책은 총 296쪽이다. 마지막 페이지다. 끝으로 <노린재도감> 출판에 있어 아쉬웠던 점을 물었다. 인쇄가 조금 아쉽다고 한다. 인터넷 화질보다는 별로라는 것. 하지만, 곤충도감 중 흐릿하고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도 종종 발견되는데 <노린재도감>은 그런 사진은 한 장도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아, 확인할게 있다. 다시 앞장을 편다.

2page…책 제목 위에 '한국의 자연생태1'이라고 적혀 있다. '자연생태2'도 나온다는 말일까? 안 씨는 앞으로 '꽃등에도감'을 생각 중이다. 꽃등에란 새의 눈을 피하려고 벌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으며, 약 188속 6000종 이상이 알려졌다. 노린재보다 더 방대한 작업이다. 안수정 씨가 <노린재도감> 출판을 결심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곤충에 관한 정리된 기록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또 곤충기록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안 씨를 인터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꽃등에도감> 역시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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