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한국시각으로 지난 22일 새벽 1시께 아이폰4G에 적용된 iOS4를 공개하면서 국내에도 밤잠을 설친 사람이 많았다.

애플로 향하는 인터넷 트래픽은 마치 DDOs 공격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점점 애플의 플랫폼 장악력은 강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바보야, 문제는 플랫폼이야(It's the platform. Stupid.)'라는 말까지 나온다.

빌 클린턴이 지난 90년대 선거유세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는 말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이폰4G 등 강력한 새 플랫폼 등장

이후 이를 빗댄 여러 말이 생겨났지만 근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바보야, 문제는 플랫폼이야'는 식으로 패러디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위키백과에서 '플랫폼'을 찾아보면 어려운 단어를 잔뜩 나열해놨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기반을 말한다.

이를테면, 전통 미디어는 각각의 플랫폼을 갖추고 그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해왔다. 신문은 종이에 잉크로 인쇄한 '종이 신문'을, TV는 전파를 수신해서 화상과 음성으로 변조해서 보여주는 TV 수상기 등 전통 미디어가 각각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주도권 잃은 미디어산업계 갈수록 위기

종이신문만 놓고 보면 윤전기에서 인쇄돼 나온 '신문'을 각 지국으로 기차나 화물차로 배송하고, 지국에서는 배달원이 독자의 집 앞에까지 배달해주는 그 일련의 과정이 '플랫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플랫폼이 문제인가?

인터넷 환경이 되면서 전통적인 플랫폼 말고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났고, 기존의 전통 플랫폼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각종 조사에서 주요 정보를 얻는 수단에서 전통 미디어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 등 포털이 전통 플랫폼을 대체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이 아니라 플랫폼 업체가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전통 미디어 산업에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값 받지 못하고 땡처리 하듯이 이들 플랫폼 사업자에게 넘겨야 했다.
 
구글·삼성·MS 등 스마트폰 경쟁 심화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가속화해 온 것이다.

극단적인 예가 자체 플랫폼에서는 국내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조·중·동이 지난해 촛불문화제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에 뉴스 공급을 끊었지만, 다음의 접속자나 트래픽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전통 미디어산업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될 대로 종속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전통 미디어 플랫폼을 지켜내지도 못했고, 새롭게 형성된 인터넷 기반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잃은 미디어 산업계는 시간이 갈수록 위기를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새삼스럽게 플랫폼인가?

여기에는 지난해 말 국내에 도입된 iPhone이 개입돼 있다. 당시만 해도 사람의 감성을 읽고 구현한 아이폰에 열광했지만 iPad에 이어 iPhone4G에 이르면서 사용자들도 국제 모바일 컴퓨터 환경에서 일촉즉발의 전운을 감지하게 됐다.

미디어 콘텐츠 제값 받기 고민 깊어져

스마트폰 경쟁에서 처진 구글을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과, '바다'라는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삼성, PC 시장에서의 독점을 바탕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다 카운터펀치를 맞은 마이크로소프트 등등 진영이 나뉘어 때로는 공조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자 포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에 플랫폼이 왜 문제인가?

결국,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제값 받고 팔 수 있을 것인지에 모인다. 이미 국내에서도 교보문고와 인터파크가 신문을 eBook으로 판매하려는 작업을 시작했다. 킨들은 애플의 iPad 출시 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칭 gPad(구글 진영의 스마트 패드), sPad(삼성에서 내놓을 스마트 패드)까지 가세한다면?

미디어 업계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선일보는 이미 발 빠르게 자사 플랫폼 아래 국내 전통 미디어를 묶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스마트 패드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만간 스마트TV가 등장할 것이다. iPhone이나 iPad는 거실에서는 iTV를 제어하는 리모컨이 되고 야외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결국, 지역신문업계에도 플랫폼의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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