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완수 당선자의 금품수수 의혹 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2002년 선거 당시 재건축 조합장의 돈 5000만 원이 박 시장의 선거캠프 핵심요원에게 전달돼 선거 비용으로 사용한 흔적을 밝혀냈다. 박 당선자가 고소한 황철곤 시장 혐의에 대해서는 더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창원지검은 박 당선자와 황철곤 시장이 주고받은 고소·고발 3건과 박 당선자에게 2002년 당시 5000만 원을 건네고 이를 여론화하는 대가로 황 시장 측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한 조합장 한 모 씨에 대해 두 달 가까이 수사한 결과, 박 당선자는 '무혐의'로 최종 종결하고, 황 시장은 주요 피의자가 잠적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세 건의 5000만 원'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 검찰은 △한 씨가 박 당선자에게 줬다는 5000만 원은 사실이 아니고 △박 당선자 측 정 모 씨가 한 씨에게 돌려줬다는 5000만 원은 일종의 개인 사정이며, △황철곤 시장 측이 기자회견을 조건으로 한 씨에게 건넸다는 5000만 원에 관해서는 일부 구속·불구속 입건했으나 주요 피의자인 배 모 씨의 잠적으로 황 시장과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 한 씨에게 5000만 원 받았나 = 검찰은 박 당선자가 2002년 선거 직전 한 씨에게 용적률 청탁을 받았거나 그 대가로 직접 현금 5000만 원 받은 사실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해수 차장검사는 "현금으로 줬느냐, 청탁이 있었느냐, 직접 수수했느냐 세 가지를 봤는데 청탁도 없었고 박 당선자가 직접 받은 적도 없다"면서 "한 씨에게 자금추적 결과를 알려주니 청탁 여부와 교부 경위 등에 관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한 씨가 박 당선자 측 선거운동원 박 모 씨에게 선거운동 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수표)을 제공한 사실은 밝혀냈다.

김 차장검사는 "2002년 상반기 한 씨의 계좌와 본인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재건축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해서 한 건축사무소 대표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면서 "이 중 5월 5000만 원, 6월 5000만 원 입금명세가 이 사건과의 관련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수사를 해보니, 5월 5000만 원은 박 당선자 당시 선거캠프에 있었던 박 씨에게 갔고 6월 5000만 원 중 4000만 원은 당시 조합 총무였던 정 모 씨가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요컨대, 검찰은 박 당선자와 상관없이 한 씨와 박 씨 간 '거래'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지난해 4월 둘 사이 주고받은 내용증명과 답변서를 보면, 박 당선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서로 간에 채무 변제를 독촉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왜 5000만 원을 한 씨에게 줬나 = 박 당선자의 금품수수 의혹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4월 한 씨가 소장을 내자 박 당선자 측에서 한 씨에게 소송 취하 조건으로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돈을 받지 않았으면 왜 돌려주느냐 하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돈을 돌려준 당사자 정 씨가 소송 제기를 모의한 한 씨 등과 공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고, 이전에 건축사무소 대표로부터 받은 돈 중 4000만 원을 개인 돈으로 사용한 전력 때문에 한 씨를 돕는 차원에서 5000만 원을 내준 것일 뿐 박 당선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가계대출을 받은 사비로 5000만 원을 조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정 씨가 5000만 원을 한 씨에게 주기 직전에 박 당선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박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이런 소송이 제기된 데 강력하게 항의하며 '당신이 해결해야겠다. 사실 당신도 믿을 수 없다. 잘 해결하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당선자가 돈을 주라고 지시 혹은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황 시장, '기획소송' 알고 있었나 = 검찰은 한 씨에 대해 허위 사실을 진실의 사실처럼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적용했다. 그렇다면, 한 씨의 주장 내용을 기자회견과 방송토론회에서 적시한 황 시장에게도 같은 혐의를 줄까. 또 검찰의 말대로 '기획소송'(박 당선자를 낙선시킬 목적의 의도적 소송)이라는 점을 황 시장은 알고 있었을까.

검찰은 황 시장이 토론회에서 적시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혀져도 '황 시장이 진실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속된 김 씨(소송과 기자회견 사주)의 실제 배후인 배 씨를 조사해야 하는데, 장기간 잠적 중이므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 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김 씨는 배 씨에게 돈을 받아 한 씨에게 전달했으며, 검찰은 배 씨의 계좌 추적 등에 대해 묻자 "앞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또, 황 시장이 기획소송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도 배 씨 검거와 함께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자, 5000만 원에 대해 몰랐을까 = 검찰은 한 씨 자금추적 결과 2002년 5월 21일 한 씨 계좌에 들어온 3000만 원과 은행간 연결지급으로 표시된 2000만 원이 박 씨에게 전달돼 선거 캠프에서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박 씨가 이를 인정하고 있고 실제 이 돈은 선거 전날인 6월 12일까지만 출금됐다.

검찰은 박 당선자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박 씨가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니라 선거 캠프에 쓴 돈인데도 박 당선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정 씨가 올해 사비를 털어 한 씨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한 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검찰은 박 당선자가 한 씨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에 대신 갚아준다는 개념으로 돈을 전달한 것은 아니라면서, 그 이유로 정 씨도 건축사무소 대표로부터 받은 돈을 일부 취했고, 한 씨가 자신보다 생활형편이 좋지 못한 점, 이 건으로 주변에서 한 씨 등과 한 통속이라는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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