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 타 스마트폰 사용" 애플 항의에 기사 수정

지식경제부에서 아이폰으로 도청 시연을 했다는 <조선일보> 20일 자 단독 보도는 결국 오보로 밝혀졌다. <조선>은 "'스마트폰 도청 위험' 청와대 지급 보류"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지난달 5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참석한 스마트폰 도청 시연회에서 아이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서 전화 통화 내용 등을 도청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는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보고됐고 이후 청와대 스마트폰 지급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것이다.

아이폰으로 도청 시연을 했다고 오보한 조선일보 5월 20일자 지면.
◇ '아이폰' 7차례나 언급…애플 항의에 꼬리 내려 = 기사에선 "최 장관에게 아이폰 한 대를 건넨 후", "최 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 "최 장관이 아이폰으로 한 국장과 전화 통화를 하자" 등 '아이폰'을 7차례 언급하며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비공개여서 <조선> 기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이날 <조선> 보도가 나오고 나서 해명 자료를 내고 "시연회에서 아이폰은 시연되지 않았고, 타 스마트폰으로 시연한 바는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스마트폰인지 구체적인 모델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권기만 지식경제부 사무관은 "특수한 조건에서 인위적으로 시도하면 어떤 스마트폰이라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모델명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번 시연 역시 보안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한 것이지 실제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해킹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코리아측도 이날 오전 <조선일보> 측에 인터넷판 등 모든 기사 수정과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박정훈 애플코리아 부장은 "아이폰은 옴니아2나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멀티태스킹(두 프로그램 이상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 안 되고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도 없어서 이와 같은 시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에선 '아이폰'이란 말은 모두 빼고 특정 모델명 대신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 "스마트폰 도청 위험 과장돼"…지경부 "특정조건에서만 가능" = 하지만, 보안업계에선 스마트폰 도청 위험성 자체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송창민 대리는 "단 0.1%라도 가능성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스마트폰도 도청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단순히 주의, 예방하는 차원이라면 모를까 이번 보도처럼 일반적으로 확대 해석해서 위험을 조장하는 것은 스마트폰 기술 발전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에서도 "최근 스마트폰 보안 시연 내용은 악성코드 포함 의심 메일 확인, 해커 운영사이트 접속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고, 일반적 상황은 아니"라면서 "스마트폰 보안 위협에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잘못된 사실을 내보낸 정부부처, 확인 없이 아이폰을 지목하고 사진까지 아이폰으로 박아 보도한 언론, 인제 와서 정정 보도한다 해도 주요 일간지 1면 기사로 말미암은 피해는 매우 큽니다."

양현미 KT 전무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처럼 <조선> 오보의 생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마이뉴스/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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