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창원도호부의 중심을 걷다

조선 시대, 창원시 동읍에 자여역(自如驛)이 있었다. 역은 지금과 달리 사람과 말이 다니다 머무는 데였다. 자여역은 자여도(道)의 중심이다. 자여도는 창원도호부 권역이 중심이다.

지난해 3월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센터장을 그만둔 역사학자 최헌섭의 책 <자여도>는 자여도에 소속된 열다섯 역을 다루고 있다.

자여·근주·창인·대산·신풍·파수·춘곡·영포·금곡·덕산·생법·적항·안민·보평·남역. 자여도는 자여역에서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다.

동쪽은 생법역~남역~덕산역으로 이어져 낙동강 하구에 이른다. 덕산역에서 나밭고개를 넘어 금곡역으로 해서 북쪽 밀양으로도 갈 수 있다.

서쪽은 단순하지 않다. 신풍역~근주역을 지나 함주도호부(함안)로 가고 여기서 파수역을 거치면 진주로 들며 춘곡역을 거치면 의령으로 든다. 의령 가는 길은 창인역에서 가야읍을 거쳐 남지~영산으로 들 수 있다. 근주역에서 내서~칠원을 지나 낙동강을 건너는 길도 있다. 칠원에서 영포역을 지나면 영산~창녕~대구로 나아간다. 

   
 
 

남쪽은 창원 분지 남쪽 안민역에서 안민고개를 넘어 웅천 보평역을 지나 바닷가 여러 진(鎭)으로 이어진다. 적항역을 거치면 김해도호부까지 이르는, 해안교통로다. 북쪽은 영포역~창인역으로 설정되는데 둘 다 칠원에 있었다. 두 역은 자여역에서 근주역을 거쳐도 갈 수 있고 거치지 않고 바로 갈 수도 있었다.

최헌섭이 옛길을 찾아다니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물과 문화의 소통과 교류가 죄다 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옛길을 찾으면 거기서 옛적의 소통·교류한 자취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이는 "앞으로 황산도~소촌도~사근도를 걸으며 조사하고 이 길들과 이어지는 장수도, 생현도 등으로도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힘이 닿는다면 나라 안의 모든 역을 잇는 길을 걸으며 조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낙동강에도 관심이 많다. "몹쓸 사업으로 강의 경관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기에 서둘러 나서지 않으면 원래의 모습을 잃을 터, 일을 덮고 강바람을 맞으러 나섰던 까닭"에 <자여도>의 출간이 지난해 가을에서 올봄으로 늦어졌다. 하지만 덕분에 경남도민일보 독자들은 3주마다 한 번씩 17면에서 '낙동강을 품는다' 연재를 볼 수 있게 됐다.

한가람. 192쪽. 1만2000원. 연락 010-8519-5240(최헌섭).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