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패러다임을 바꾼다] 진주 대회 10개월 앞으로

매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가 끝나면 언론에서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국민과 개최지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체육인,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이다. 2010년 '제91회 전국체육대회'는 오는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남에서 열린다. 개최일까지 10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체육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국민의 관심, 그리고 개최지역민이 함께하는 전국체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0년 대회 진주 개최는 지난 2005년 12월 확정됐다.

그동안 경남에서는 1982년 마산·1997년 창원에서 각각 열린 바 있다. 경남은 13년 만에 진주에서 다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국민 무관심 속 13년 만에 경남서 개최

이에 경남도는 지난해 2월 전국체전추진기획단을 발족,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4개 종목에 걸쳐 모두 2만 50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진주를 비롯한 20개 시·군 62개 경기장에서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체전 경제효과에 대한 경남발전연구원의 분석자료를 보면, 생산유발 4799억 원·부가가치 2739억 원과 6416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전대회와 비교하면 생산유발 효과 2배·부가가치유발 효과 4.6배·고용창출 효과 1.3배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지난 2007년 경남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전국체전에 대해 의견조사를 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전국체전이 매년 개최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응답률이 3명 중 1명꼴인 32.9%였다. 또 84.7%는 '전국체전 참석 경험이 없다'라고 답했다. '2010년 진주대회에 대한 관심도'는 '보통' 50.8%, '어느 정도 있다' 21.7%, '별로 없다' 18.3%였다. '참여의사'에 대해서는 '있다'가 27.4%에 불과했고, '없다'가 72.6%였다.

관람 희망 종목은 축구(19.7%)·야구(8.8%)·수영(7.6%)·육상(6.8%)·농구(6.1%) 순이었다.

북한 선수단 초청 땐 '화합의 장' 기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체전은 한해 최대 체육행사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50년 가까이 전국체전에 참가한 바 있는 재외동포선수단 한 관계자는 "옛날에는 한국 땅에 들어서는 순간 전국체전이 열린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한 언론을 통해 회고하기도 했다.

전국체전은 남북이 갈라지기 전에는 전조선종합경기대회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전체 체육잔치로 열렸다. 따라서 2010진주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 초청을 추진해 성사된다면 전국체전 역사에 큰 의미를 남기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02년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남·북한이 공동 입장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와 국외스포츠에 눈길이 쏠리며 전국체전은 국민으로부터 소외됐다.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열린 전국체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막식이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아 화려한 공연이 빛 바랬다. 장미란 등 스타가 출전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각 종목 경기현장 역시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가족·선수단 관계자가 대부분이었다. 또 일부 시민은 "일반 사람들은 관심 없다. 차만 막히고 불편하기만 하다"라며 대회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처럼 매년 각 개최지는 국민과 지역민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국체전은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후 열린 전조선야구대회가 기원이다. 이후 1934년 축구·야구·정구·농구·육상 다섯 종목의 종합경기대회 성격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인 1940~1944년에는 열리지 못하다 1945년 11월 재개돼 한반도 전체 체육잔치로 열렸다. 하지만 남북이 갈라지며 1950년대 이후 반쪽짜리 잔치로 대회를 치르는 셈이 됐다. 이북 5도 선수단이 재외동포선수단 자격으로 참가하며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이번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 초청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선수단이 체전에 참가한다는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정식 선수단 형태는 불가능하지만, 일부 종목 대표단 혹은 특정 시 선수단이 재외동포경기에 참가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그동안 매 대회 북한 선수단 초청이 추진됐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현재도 남북관계가 좋은 국면은 아니기에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경남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만한 카드임에는 틀림없다. 성사만 된다면 '남북 화합의 장'이 되면서, 단순한 스포츠제전이던 기존 전국체전 성격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경남도체육회 박소둘 사무처장은 "남·북 관계 변화가 심해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적 성격으로 추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따라 '빅 이벤트' 추진 해볼만

또한 금강산이나 백두산에서 성화 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004년 충북 대회 때 최초로 금강산에서 성화를 채화, 국민적 관심을 얻은 바 있다.

전국체전에서 각 시·도 메달 경쟁은 이제 더는 지역민과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 즉 전국체전 경기 자체만으로는 호응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자연스레 문화·예술이 접목된 축제 성격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보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종합문화체전'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사실 이런 관점으로 전환된 지는 오래 됐지만 아직 정착되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는 진주를 포함해 도내 20개 전 시·군에서 경기가 열린다. 개최지가 속한 도의 모든 시·군이 참여하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즉 전 도민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밑바탕은 깔려있는 셈이다. 이에 각 지역 가을축제 일정을 조정해 전국체전과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전국체전과 관광 프로그램을 묶어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 시·군의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전국체전추진기획단은 이번 체전 기간 진주 유등축제·양산 삽량문화축전 등을 활용하는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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