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취재를 원치 않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보도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어떤 이들은 완강하게 저항하며, 묵묵부답의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황당한 경우는 청소를 하다 걸레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나가 버린 취재원이다. 이들이 꼭 같이 하는 질문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서 찾아왔느냐?'다.

지난 10일 아동·여성인권마산시연대가 주최한 '우리 지역 유해환경 실태 및 대처방안 토론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토론회를 홍보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서 왔느냐는 것.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는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사를 알리고자 할 때, 어느 쪽으로 홍보를 하는 게 좋을지 알고 싶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관계자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두, 세 차례나 받고 보니,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가 오히려 궁금했다. 더군다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마산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실태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에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한 내용이 토론회 자리에 오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취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성매매, 성폭력, 아동폭력 등 세 가지 폭력에 관해 해당 기관이 주최한 토론회인데다, 토론회를 마친 후에는 시내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까지 벌인다고 하면서 왜 알고서 취재하러 온 것이 궁금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단체를 지원하는 시 때문이란다. 시에서 단체 예산을 지원하는데, 부정적인 기사가 나갈까 봐 걱정이 된다는 것. 그래서 사전에 행사를 알려서 홍보하는 일보다, 사후에 행사를 정리해서 알리는 경우가 많단다.

   
인식 개선을 위해 토론회를 열고, 캠페인을 하지만 결국 '그들만의 행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성매매 같은 경우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인데다, 마산시가 너무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면 단체가 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걱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천덕꾸러기처럼 눈치 보게 하는 시를 탓해야 하나, 알아서 비위 맞추는 단체를 꼬집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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