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위로 감정 드러내 놀이·그림 치료 등 적절학대 상황 처했을 때 대처 요령, 반복적인 교육 필요

아동학대는 해당 아동에게 엄청난 신체적·심리적 후유증,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줘 심한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학대를 대물림하기도 한다.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한 까닭이다.

◇치료의 중요성 =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이현진 정신보건 임상심리사는 "반복된 학대와 방임으로 누적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장차 심리·사회적인 발달의 왜곡·지연·일탈을 바로잡고 예방하고자 학대 피해아동의 심리치료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학대 아동의 치료는 신체적·정신적 치료와 함께 사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학대 피해를 사전에 막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료법은 연령이 어린 아동일수록, 자신의 내적 감정이나 상상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행동을 통해 나타내기 때문에 놀이나 그림 등의 매체(상징물)를 사용해 괴로웠던 기억에 대해 표현하는 놀이치료와 미술 치료와 반복된 학대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왜곡된 사고를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켜 문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이는 인지 행동치료, 또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문제, 상황, 장소 등에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내적 욕망을 간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직·간접적인 모델을 찾을 수 있는 독서치료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모래 놀이치료, 음악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아동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공적인 치료사례 = #1. 마산에 사는 은영(6·가명)이는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짜증을 내는 행동을 보였다.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탓이다.

은영이는 치료 초기에는 적응을 잘 못해 '경쟁놀이'에서도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양한 놀잇감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과 외상경험을 표현함으로써 서서히 밝을 표정은 되찾아갔다.

#2. 창원에 사는 인석(5·가명)이는 집에서 혼자 밥솥의 밥을 마구 퍼먹는 등 방임으로 말미암은 전형적인 '애정 결핍 상태'를 보였다. 인석이는 애정 욕구가 강했고, 충족 받지 못한 사랑을 치료사로부터 경험하려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인석이는 미술 치료를 받았다. 다양한 미술 매체를 통해 즐거움과 흥미를 느꼈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털어내고, 공격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게 했다. 이후 인석이는 감정을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등 크게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3. 김해에 사는 수연(10·가명)이는 술을 먹으면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높았다. 이로 말미암아 전반적인 남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바깥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

친구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수연이는 인지 행동치료를 받으면서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치료보다 앞서는 예방 노력 = 학대 아동에 대한 치료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는 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을 미리 막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이현수 예방사업팀장은 "학대상황이 발견되는 즉시 국번 없이 1577-1391 또는 129, 112에 즉각 전화신고하거나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www.kn1391.or.kr)으로 신고하면 된다"며 "신고하는 사람은 가능한 많은 정보(피해아동·학대 행위자·신고자의 인적사항·장소·일시·학대 내용)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현수 팀장은 또 "부모나 아동양육시설 종사자도 수시로 아동양육과 관련된 정보를 습득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과정과 양육법에 대해 충분히 알아 아동이 보이는 행동양상에 대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학대 위험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요령에 대해 아동이 숙지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대두하는 아동 성 학대, 유괴와 관련해 '인형극'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경각심 일깨우기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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