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기자가 만난 사람―스마트폰 전도사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우리나라는 과연 '인터넷 강국'일까? 내가 보기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PC방의 숫자만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모바일인터넷 분야에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후진국에 속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손 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애플사의 아이폰만 해도 세계 80개 국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구글사의 안드로이드나 노키아의 심비안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디지털뉴스협회 워크숍에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아이폰을 들고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wan@idomin.com
이 글을 쓰기 전 동료 신문기자 10여 명에게 물어봤다. '스마트폰'과 함께 '아이폰' '안드로이드' '심비안' '윈도 모바일' 등 단어를 나열하고, 그게 뭔지 아느냐고. 그랬더니 '차세대 휴대폰'이라는 대답이 가장 정답에 가까웠고, MS 윈도나 리눅스처럼 스마트폰의 운영체계라고 제대로 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는 기자들도 있었다.

이처럼 기자들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스마트폰이지만, 세계적인 흐름과 대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쇄국정책'으로 일관해오던 정부도 결국 애플사가 신청한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내주기로 함에 따라 KT가 올 연내에 아이폰을 출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인 옴니아Ⅱ를 출시해 SKT와 KT, LGT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에도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인터넷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한국은 모바일 인터넷 후진국

기자는 3년 전 한국언론재단의 주선으로 일본의 뉴미디어 산업을 취재하기 위해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아사히신문사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미 일본에서는 휴대전화기를 통해 뉴스를 보거나 책과 만화를 읽고 오락을 즐기는 게 일상화해 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한국에선 자칫 수십만 원씩 나오는 데이터요금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일본에선 쉽게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비결이 바로 데이터요금 부담이 없는 스마트폰이었다. 이동통신사에 지불하는 데이터요금이 없는 대신 콘텐츠 제공사에는 모두 '정보이용료'를 내고 있었다.

마침 지난 12일 도쿄에서 일본뉴스 전문 포털 'JPNews'(http://jpnews.kr)의 정치사회부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철현 씨가 경남도민일보에 찾아왔다. 그 역시 애플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도 인터넷에서 보는 모든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정착돼 있다"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휴대전화에서 보는 모든 콘텐츠는 정보이용료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즉, 지금까지는 종이신문과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돼왔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모바일인터넷이 또 하나의 중요한 뉴스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포털에서는 모든 뉴스가 공짜였지만, 모바일인터넷의 경우 '뉴스 유료화'를 통한 신문사의 주요 수익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개막은 뉴스저작권자인 신문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몰락을 앞당기는 원흉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

국내 출시를 앞둔 스마트폰 열풍을 이끄는 애플사의 아이폰.
이런 상황에서 한국디지털뉴스협회(회장 고광헌 한겨레신문사 사장)와 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이 지난 11일 '한국의 아이폰 전도사'로 불리는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를 불러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회원사 워크숍의 첫 순서였다. ('아이폰 전도사'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작 이찬진 대표는 "전도사라면 파견하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애플사로부터 파견된 사람이 아니다"며 "오히려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이라는 신흥종교의 교주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컴퓨터 쓰세요? 인터넷은? 이메일은?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세요? 증권도? 그거 한다면 스마트폰도 써야겠네요. 그거 컴퓨터예요."

'컴퓨터는 사무실에도 있고, 집에도 있잖아'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되묻는다.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요?"

그의 말대로 스마트폰이란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PC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휴대전화기에 내장된 운영체계(아이폰, 안드로이드, 심비안, 윈도 모바일 등)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윈도 모바일에 비해 아이폰이 훨씬 쉽고 편리하며 유용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아이폰 신봉자'라 할 만하다.

아이폰 출시로 '쇄국정책' 빗장 풀려

아이폰에 맞서기위해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인 옴니아.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은 어려운 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면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잘못 만든 후진 물건이거든요. 그런데 (외국에선) 아이폰이 나와 완전히 다 엎어놨는데, 우리나라는 그걸 2년 동안 쇄국정책처럼 막으면서 눈과 귀를 가렸죠. 특히 언론에 계신 분들은, 뭐 기자들이 출입하는 데가 삼성이고 SK텔레콤이고 그러다보니까, 거기서 세뇌를 받으셨어요. 아이폰을 들여오는 것은 매국행위라고…."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 수익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게 두려워 스마트폰 시대가 늦어진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 때문에 모바일콘텐츠 시장도 발전하지 못했다. 정부에서도 '콘텐츠 진흥'을 외치면서 유독 모바일콘텐츠의 발전은 가로막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아이폰 도입 결정으로 쇄국정책의 빗장은 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긴 하는데, 신문사는 어떻게 할 거냐. 사람들이 종이신문 값을 내는 것은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서 익숙하기 때문에 되는데, 그 이상 다른 매체에 돈을 내는 건 잘 안하죠. 인터넷 광고로 수익을 얻어보려 하지만 일부 거대 포털 말고는 광고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PC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새로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신문사들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말했다. 개별 신문사별로 뉴스를 제공하든,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들이 함께 하든 그건 전적으로 신문사들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정보이용료'를 매겨 유료화하든, 광고로 수익모델을 삼든 그것도 선택하기 나름이다. 다만 PC기반의 인터넷에서처럼 거대 포털에는 절대 뉴스를 주지 말라고 했다.

포털에 신문 종속 전철 밟아선 안돼

"네이버에 스마트폰 콘텐츠를 주는 것은 옛날에 PC에서 당한 것과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겁니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게끔 뉴스를 포털에 넘겨주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에서 '신문이 왔습니다' 하는 것만 알려줘야 하는데, 여러분이 제공한 뉴스를 가지고 '주식이 올랐습니다', '내일 태풍이 옵니다',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는 식으로 변형해서 유인제도를 쓸 수 있거든요. 그런 권한을 주시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신문사들이 직접 혼자 하시든, 뭉쳐서 하시든, 언론재단이랑 하시든 뭘 하셔도 좋은데 그건 (포털에) 주시면 안 됩니다."

그는 나아가 포털에서 제공받은 뉴스를 제목과 섬네일(축소 사진)만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것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에서도 신문이 포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위터 적극 활용 네티즌과 소통해야

마지막으로 그는 단문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에 대해서도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다수 신문사들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관계로 생각하고 있는 데 대해 답답해하는 듯 했다.

특히 그날 워크숍에 모인 다수의 지역신문 기자들이 트위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트위터는 블로그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보완적 개념인데, 블로그뿐 아니라 신문과도 보완적 관계이고, 방송과도 보완적 관계라는 겁니다. 거기(신문)에 뭐가 있다고 알리는 수단이거든요. 미국에 워싱턴포스트 말고 허핑턴포스트(블로그언론)라는 아주 영향력 있는 신문이 있는데, 그게 트위터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더군요. 세상에 모든 일은 내가 우리 집안에서 잘 해봐야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남이 알아줘야죠. 그런데 우리신문 좋아졌다고 남의 신문에 광고낼 수도 없잖아요? 그럼 누가 알려줘야 하느냐면 흔히 말하는 네티즌들이 알려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네티즌과 신문은 되게 동떨어져 보입니다. 하지만 그걸 이어주는 게 트위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신문사들이 트위터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스마트폰이란?

휴대전화에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휴대전화. 휴대전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PDA) 기능, 인터넷 기능, 리모콘 기능 등이 일부 추가되며, 수기 방식의 입력 장치와 터치스크린 등 보다 사용에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춘다. 무선 인터넷 기능의 지원으로 인터넷 및 컴퓨터에 접속되어 이메일, 웹브라우징, 팩스, 뱅킹, 게임 등 단말기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다양한 기능의 수용을 위하여 표준화된, 또는 전용 운영 체제(OS)를 갖추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주 운영 체제는 심비안, 팜 OS, 임베디드 리눅스, 윈도 모바일, 윈도 임베디드 CE,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등이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