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선배라고 하면 되지 뭐(웃음)."

지난 11일 저녁, 마산MBC PD들이 초청한 특강에 강사로 온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첫 발언은 '선배'였다. 과연 '언론과 권력'이라는 심각한 제목을 단박에 누그러뜨리는 멘트였다.

이날 강연에서 정연주 선배는 정말 오랜만에 후배들을 만나는 사람인 양 적절히 농을 섞어가면서,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좌중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강연과 강연 연장 격이던 뒤풀이 동안 '정연주 KBS 대 이병순 KBS 비교'로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6월 어느 날로 기억된다. 절친하게 지내는 한 동료는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도 기대되지만, 솔직히 나는 '정연주 체제의 KBS'가 더 기대된다." 아마도 언론인으로서 정연주 선배가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으리라. 실제로 정연주 선배가 사장으로 재임하던 대부분 기간 KBS는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병순 체제의 KBS는 정 선배 때와는 달리 갈수록 '망가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KBS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줄 안다.

두서너 가지 '정황 증거'가 있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취재현장과 지난 7월 마산에서 있었던 시국 미사 때를 꼽겠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일부 흥분한 노사모 회원과 주민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시국 미사 당시 많은 신부가 "KBS가 뭐하러 왔어!" 할 때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아니라 얼마 전 시사주간지 <시사 IN>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조사했는데, MBC라고 답한 응답자가 32.1%(복수 응답 기준)로 KBS라고 답한 응답자(29.9%)보다 많았다. 이는 2년 전과 견줘 KBS의 신뢰도가 무려 13.2%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라고 <시사 IN>은 밝혔다.

아무튼, 사장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KBS의 성적이 이렇게도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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