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찾으면서 절약하는 현대 소비생활

새 제품 구매를 미루는 '노바이(No Buy)족'은 알뜰 소비자를 가리키는 하나의 대중적인 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유하지 않고 잠시 빌려쓰는 노바이족은 패스트 패션 등장으로 새 상품을 구매해도 금방 싫증 내는 현대 소비생활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이들은 절약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자 수선집과 구제가게를 찾아다니면서 버려지거나 구석에 처박아두기만 했던 옷들을 새로운 상품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1◇잠깐 사용한다면 빌려 쓴다 = 오는 11월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주부 강나래(33) 씨는 유아용품 대여점에서 아기 침대를 빌려 쓸 계획이다. 강 씨는 "출산 준비 중 유아용품 대여하는 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 유아용품을 대여해주는 한 온라인 매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대여해준다.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선택하면 기사가 직접 소비자를 방문해 조립·설치해준다. 반납할 때에도 직접 방문해 회수한다. 대여비는 평균 3개월에 5만 원정도로 물품마다 차이가 있다.

이 대여사이트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유아용 침대나 카시트, 장난감 등을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줘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단기간 사용한다면 대여가 훨씬 경제적이어서 주부들 이용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매번 새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느껴진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어린이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창원에 있는 경상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 장난감도서관이다. 정식명칭은 장애인재활교재대출센터로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일반아동들에게도 대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3000여 점의 장난감과 교재·교구를 대여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이 되는데, 연회비는 2만 원이고 회원 유지기간은 가입일로부터 1년이다. 장난감 대여비는 종류에 따라 500원부터 3000원까지 다양하다.

최효선 복지사는 "지난 8월 신규가입수가 330여 건으로 현재 약 1650여 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다"며 "10일 기준으로 대여횟수는 하루에 224회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대여를 생활화하는 '렌털 족' 소비자들이 늘면서 어린이 장난감뿐만 아니라 결혼 예복서부터 각종 운동기구와 명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2◇고쳐서 새 것처럼 = 가을을 맞아 구두나 새 옷을 장만하고 싶지만 가지고 있는 옷이나 패션 소품을 다시 활용해도 좋다.

창원 소답동에 있는 한 구두 수선집은 불황이지만 매출이 꾸준하다. 수선뿐만 아니라 염색까지 해 줘 새 신발로 탈바꿈할 수 있다.

도내 백화점 잡화매장에도 하루에 들어오는 수선 신청 건수가 400여 건이나 된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인기 브랜드 경우 수선 신청 건수가 500여 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창원 대동백화점 의류 수선실.
마산 대우백화점도 핸드백, 벨트, 액세서리 등 고쳐서 다시 쓰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선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창원 대동백화점 숍 매니저는 "수선을 맡기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어 수선 업무로 더 바쁠 때가 잦다"고 말했다.

마산 합성동에 있는 한 의류 수선점은 최근 주문량이 부쩍 늘어 일손이 달릴 정도다. 계절이 바뀌면서 기존의 옷을 새로운 스타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선비는 제품당 4000원에서 2만 원대, 가죽제품은 3만~6만 원 정도로 새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80~90% 정도 저렴하다.

요즘 인기 있는 수선품목은 청바지 리폼으로 기존의 나팔과 통바지를 스키니나 일자 스타일로 고쳐 입는 주문이 늘고 있다.

수선점 주인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의류 수선과 리폼이 늘고 있다"며 "최근 청바지 리폼이 많아 손을 못 댈 정도다"고 말했다.

#3◇개성살리고 돈 아끼는 구제가게 =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고 싶은데 지갑이 얇다면 구제가게를 이용해볼 만하다.

빈티지 패션이 마니아층에서 대중에게도 인기를 끄는 것은 금방 소비하고 버리는 요즘 상품들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으로 올해 마산 산호시장에는 구제가게 두 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창원 명서시장에도 구제 옷 집이 생겼다.

창원 명서시장에서 구제 옷을 파는 김대원 씨는 "올해 2년째 접어드는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100%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가게를 넓힐 계획"이라며 "명서시장에 구제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창원 명서시장 내 구제옷가게.
김 씨가 내놓은 상품은 의류뿐만 아니라 구두, 가방, 벨트 등 다양하다. 가격대는 1000원부터 품질이 좋거나 브랜드 제품인 경우 4만~5만 원까지다.

지난 주말 명서시장 구제가게를 찾은 한 할머니는 "값싸고 좋은 옷을 잘 고르면 횡재한 기분"이라며 "생각보다 면 재질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마산 부림시장에 가도 구제 옷을 파는 가게들이 줄을 지어 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천장까지 제품을 올려놓고, 가게 앞에는 색다른 인테리어로 패션매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림시장에서 10여 년간 구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일부러 구제상품을 사려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며 "원하는 브랜드 상품을 미리 주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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