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회사 근처를 지나다 주차된 차량 문에 끼워진 빨간색 명함 하나를 집어들었다. 명함 중앙에는 빨간 립스틱을 칠한 커다란 입술이 박혀 있었다. 입술 주위를 분홍빛 하트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위로 검은 글자가 마치 입술에서 나온 듯 새겨져 있었다. 'KISS ME'.

마산에 최초로 '키스방'이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 명함이었다. 올해 초 창원에 키스방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마산·창원이 바로 이웃해 있어도 창원에는 상남동이라는 '특구'가 있기 때문에 변종업소가 들어서도 별로 희한하지 않았다. 상남동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환락가 아닌가.

키스방이 마산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마산까지' 들어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음 날 바로 담당 경찰서에 전화해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단속 근거도 없는, 이제 막 문을 연 업소를 단속 하나 못하나 캐물으니 경찰은 갑갑해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기사가 지난 28일 자 5면에 보도된 '발 넓히는 키스방…손 놓은 단속기관'이었다.

기사가 나간 날 저녁, 의외의 인물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 키스방의 사장이 보내온 것이다. 예의 깍듯한 메일이었다. '글 잘 읽었다, 변질하지 않는 신종 업종으로 남고 싶다, 음지에서 영업하지 않겠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변종업소처럼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이른바 '2차'를 보내 법에 걸리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법에 걸리지만 않으면 키스를 하고 여성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행위를 돈으로 사고팔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메일을 읽고 있자니 최근 법정에서 만난 공무원들이 떠올랐다. 기자가 실제 피해사례를 들고 가 '∼해야 하지 않나'고 당위성을 물으면, '법에 없는 일을 공무원이 어떻게 하나'고 발뺌하는 그들이었다. 법이 운신의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법을 지키지 않아 창녕군청 공무원은 유죄 선고를 받았고, 일부 진해시청 공무원은 법에도 없는 월권을 행사해왔다.

과연 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리저리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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