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 항목 기준 모호…학생들조차 수긍 못해

효과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마련된 '그린 마일리지 디지털시스템'(이하 그린 마일리지제)이 당장 전면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 시행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갈리고 있다.

교육계가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숙제로 안고 왔던 '체벌'을 대신할 획기적인 학생지도 방법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학생의 기본인권 침해는 물론 학교 구성원간 갈등을 가져올 여지가 많다는 걱정 또한 적지않은 것이다.

◇체벌 막을 제도 = 그린 마일리지제란 학교생활 규정을 어기는 학생을 체벌이 아닌 지도점수(Red Point, 벌점)로 지도하고, 선행을 한 학생에게는 칭찬점수(Blue Point, 상점)를 줘 선행을 독려하는 일종의 상·벌점제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친구와 싸우면 지도점수를 주고, 교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칭찬점수를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지도점수가 많은 학생이 학교에서 정한 봉사활동이나 자구노력 과제를 스스로 이행하면 다시 회복점수(Green Point)를 줘 벌점을 감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아울러 그린 마일리지제는 기존 상·벌점제도와는 달리 학생에게 주는 지도·칭찬점수를 전산화하고, 학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SMS)로 통보하게 돼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학부모들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해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동시에 이뤄지게 하겠다는 뜻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이나 상·벌점제 등 기존 생활지도 방식을 개선한 그린 마일리지제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획기적인 생활지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현재 140개 초·중·고에서 시범운영 중인 그린 마일리지제를 오는 2학기부터 도내 전 단위학교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범운영 초기부터 취지가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린 마일리지제 지도·칭찬점수의 배점이나 항목선택, 학생 지도방법 등에 대한 전권을 각 단위학교에 일임한 탓이다.

◇제도 보완 필요하다 = 이처럼 그린 마일리지제의 운영방식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다 학생의 지도방법 역시 교사에게 달렸기 때문에 문제점이 하나 둘 불거지고 있다.

우선 학생들은 '그린 마일리지제는 벌점보다는 학생지도에 역점을 두며 상담이 활성화되도록 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벌점을 주는데 치우친 교사들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 교사에게 학생 처벌 방법을 하나 더 늘려줬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도점수 내용을 학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거나 일부 학교처럼 지도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은 학생들의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들이는 방식 역시 너무 선정적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문제는 칭찬점수 항목에 포함된 신고활동이다. 도내 몇몇 학교들이 지도점수 항목을 신고하면 신고학생에게 칭찬점수를 주다 보니 자신의 지도점수 만회를 위해 다른 학생을 신고하는 비교육적인 행태마저 벌어지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진주지역 한 교사는 "학교마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상·벌점 항목과 점수를 정한데다 지도방법 또한 교사들 마음대로"라며 "지도항목이나 칭찬항목 또한 모호한 부분이 많아 아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학생지도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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