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가 오동동 옛 한국은행 터를 사들여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중심 번화가에 소규모나마 도시공원이 들어서면 녹색지구로서 공헌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뒤따른다. 뒷북행정이 그것이다. 애초 한은 터 5000여㎡가 물건으로 나왔을 때 당시 공원화 운동 시민단체는 마산시가 이 땅을 사들여 시민의 품으로 돌려 달라고 간절히 요구한 바 있다.

이 소망은 빗나갔지만 그때는 현 땅 주인인(주)부영이 구한국철강 터를 사들여 대단위 아파트조성사업에 뛰어들어 있었기 때문에 시가 결단을 내렸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그리고 좀 더 낮추어진 금액으로 땅을 사들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 뒤늦게 필요성을 깨달아 그 땅을 사들이는 방침을 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시민 부담만 늘어나게 돼 버렸다.

(주)부영이 산 값이 84억 원이었지만 지금 마산시는 60억 원을 더 얹어 140억 원을 순수 땅값으로 지급하려 한다. 만약 소유주가 버티기라도 하면 가격은 증액됐으면 됐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확정계획임에도 아직 땅주인과 관련한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무슨 꿍꿍이속인지 헷갈리게 한다. 매입가격이 신축적이긴 하지만 시가 의회에 조만간 터 취득 동의안을 상정할 계획이라면 그동안의 타진 결과를 대강이나마 밝혀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이 계획이 시 자체 도시계획에서 나왔다기보다 오래전에 시민들의 자발적 창안에서 제기된 것이고, 그간 계속된 찬성 여론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획물보다 주민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부영 측에 '기업의 사회적 봉사 정신'을 요구할 수 있는 일이다. 옛 한국철강 터 정화문제를 두고 시와 한철 등 3자 간 법정분쟁을 겪는 부영으로서는 현재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앞으로 이 지역에서 계속 주택 개발 사업을 벌여야 하고 기업이윤을 남기려면 시민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협조를 얻어야 한다. 시는 조금 더 투명하게 계획을 진행하고 부영은 최소한의 지역 서비스를 베푼다는 의미에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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