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가는 민주주의·생명·평화의 신장을 위해 기도합시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이 마련한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생명수호를 위한 시국 미사'가 6일 오후 7시 30분 마산시 상남동 상남성당에서 열렸다. 전종훈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와 문규현 신부(정의구현사제단 고문) 등 신부 60여 명을 비롯해 수녀, 신자, 시민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시국 미사에 앞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시국강연을 했다. 양극화를 심화하고, 남북관계를 파탄 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재벌과 가진 자를 위한 정치를 펴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강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행복의 기준이 편리와 풍요로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물질적으로 풍요로움 속에 있으면서도 우리 사회는 다툼과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며 "함께 사는 세상, 이웃과 사이좋게 살아가느냐, 못 하느냐에 행복의 척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상위 20%와 하위 80%의 소득격차가 8배 이상 벌어졌고, 청년실업자가 120만 명이나 쏟아졌고, 또 비정규직 차별 해소는커녕 오히려 더 극대화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시행되니까 다시 연장하자는 작태를 보고 경악했다"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또 "서울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165일째가 넘어가고 있지만, 책임자 사과는 물론 아무런 대안과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 강경진압을 했는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법치를 강하게 들고 나오면서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무리한 진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철거민들이 맞아 죽었는지 불에 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기록을 7000쪽만 공개하고, 나머지 3,000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가.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힘을 믿고 수사 기록을 밝히지 않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용산참사의 최종 책임자이며, 이 대통령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4대 강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모래, 자갈 등을 그대로 파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수실 개선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과 관련한 대재앙이 터질 것"이라며 "또 4대 강 유역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땀 흘려 일하기보다 투기로 돈 버는 풍토를 더 조장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강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운 남북 공존공생의 정책을 그냥 실천만 해도 니켈 등 주요 5대 광물질 수입에 따르는 비용(1년 100조 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교환형태라 하더라도 60조 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한으로부터 국제시세의 1/3 가격으로 수입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국강연에 이어 시국 미사를 이상원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와 전종훈·황병석(마산 상남성당) 신부가 공동 집전했다.

이상원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철사 둥지'에 비유했다.

이 신부는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철사로 둥지를 튼 비둘기를 본 적이 있었다. 둥지를 만들 지푸라기를 구하지 못해 공사장 철사를 모아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았더라. 철사로 지은 둥지에서는 알이 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철사 둥지 안에 솜을 넣어주었다. 그래서 생명의 자연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초 현대판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철사로 둥지를 튼 비둘기를 바로 이 시대의 징표로 보아야 한다. 오늘날 만연된 배금주의와 물질적 가치관을 따라 MB 정권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철사로 만든 새둥지일 것이다. 힘도 이유도 없이 이리저리 채이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형편과 처지가 이유도 본질도 모른 채 어쩔 수 없이 싸느랗고 날카로운 철사로 둥지를 틀어야 하는 비둘기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신부는 또 "오늘의 많은 일이 철사로 새둥지를 짓는 억지처럼 보인다. 펌프와 수돗물로 돌리는 청계천, 미국산 소고기 굴욕 협상, 대운하 계획, 영어몰입교육, 의료보험 민영화, 부자 감세 서민증세, 사이버 모욕죄, 각종 방송사 사장 교체와 해임과 사퇴종용, 광우병보도 <PD수첩>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검찰의 억지 수사, 집시법 개정, 용산철거민 살해, 검찰의 과잉수사와 전지 대통령의 자살, 대운하가 변신한 허울 좋은 4대 강 살리기, 재벌들이 써먹기 좋은 비정규직법과 방송법, 시국선언 전교조 박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이 사건들은, 마치 버라이어티 쇼를 진행하는 듯 일목요연한 관점과 기획의도에 따라서 한 사람이나 소수의 이득과 욕망을 수호하며 민주주의의 본질과 국민대중의 인권과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인더스트리아의 철사줄들이 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중도 실용주의와 친서민론이라는 껍데기뿐인 구호로 깜짝쇼를 하는 가벼운 인간성에서 벗어나 인간이 누려야 할 진정한 존엄성과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도덕 철학 가치관 인격의 성숙도 등 모든 면에서 새롭게 거듭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마음까지도 보살피고 헤아리는 인간적 대통령이 될 수 있길 기도드려본다"고 했다.

6일 저녁 시국미사 이후 신부와 시민 등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한편, 이날 시국 미사 참가자들은 시국 미사를 마치고 나서 십자가와 촛불, '오늘의 수정만과 용산은 당신의 내일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 등을 들고 침묵행진을 했으며, 육호광장→3·15의거 기념탑을 돌아 마산 오동동 차 없는 거리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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