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현장 검증…경호관 '오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남지방경찰청은 2일 오전 5시 30분부터 8시 40분까지 3시간 남짓 김해 봉하마을 사저 주변과 봉화산 등산로, 부엉이 바위, 정토원 등에서 현장 재연한 결과, 수사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등산로를 오르다 정토원을 100여 m 앞둔 지점에서 "힘들다. 내려가자"고 하자 이모 경호관이 무전기로 "하산하신다"고 연락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사라진 노 전 대통령을 찾아 산속을 헤매면서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신모 경호관과 통화한 정확한 지점은 확인하지 못했다.

경남경찰청 김한수 강력계장은 "전체적으로 조사한 부분과 일치하고 이견도 없다"면서 "일부 경호관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휴대전화를 건 장소 등)은 확실하지 않지만 수사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했다.

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해 봉화산 부엉이 바위 아래 추락지점에서 당시 현장 상황을 재연,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날 현장 재연은 최원기 김해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중심이 돼 이 경호관에게 당시 상황을 재연하게 한 후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노 전 대통령과 고추밭에서 일을 하던 주민, 등산객 등은 대역을 쓰고 정토원 선진규 법사는 직접 재연했다. 이를 유족 측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 경찰과 경호원, 취재진 40여 명이 지켜봤다.

경찰은 애초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인터폰으로 산책하러 나가겠다고 밝힌 5시 35분부터 추락한 노 전 대통령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출발하는 6시 59분께까지 1시간 24분간 실시간에 가깝게 재연하려 했으나 재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 경호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지체됐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이 경호관은 재연 초기에는 비교적 담담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와 추락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바위 아래 지점에서는 목놓아 울다가 털썩 주저앉는 등 죄책감 등으로 몸이 급속도로 약해진 듯했다.

문 전 비서실장과 김 비서관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히거나 상념에 젖었다.

문 전 비서실장은 "경찰 수사에 이견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장 재연을 비롯해 서거 이후 지금까지 조사한 경호관의 진술, 유가족이 보내온 답변, 1일 현장 감식에서 발견한 섬유흔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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