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촛불에 너무 겁을 먹고 있다. 죽창이나 쇠파이프는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무기니까 막아야 하겠지만, 촛불이라는 게 얼마나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데…. 그런 촛불마저 겁을 내는 것은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첫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김두관 전 장관은 "마음 같아선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났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유족과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내각 총사퇴와 함께 국정기조를 완전히 바꿔 부자와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대화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명박 정부에 던진 물음이 있다"면서 "그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직접 (답을) 찾아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장관을 만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다음날인 30일 봉하마을에서였다. 그는 서거 당일 양산 부산대병원에서부터 그날까지 줄곧 봉하마을을 지켰다. 장의위원 중 한 명이었지만, 영결식 날도 서울에 가지 않고 봉하마을에 남았다.

그는 "서울에야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갔으니, 한 사람이라도 봉하에 남아 계속 이어지는 조문객을 맞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그의 인사말은 "미안합니다"였다.

"참여정부 때 중요한 일을 맡겨주셨음에도 미완의 과제들을 남겨둔 데 대한 자책감과 대통령께서 또 많이 힘들어하시는데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송스러움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봉하마을은 오지다. 교통도 불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의 조문객이 직접 봉하마을을 찾았고, 전국적으로 500만 명이 노 대통령의 서거를 애통해하고 있는데서 다 말해주고 있다. 국민들은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된 데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섬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걸 망각하고 국민에게 군림하고 있다.

서거 소식을 듣고 남해대교를 지나면서 이순신 장군과 노 대통령이 오버랩되더라. 소크라테스가 독배인 줄 알고도 마셨고, 이순신 장군이 얼마든지 살 수 있었지만 몸을 던진 것처럼 노 대통령도 죽음을 통해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사는 대통령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뭔가.

△일반 국민 누구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무죄추정 원칙이 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에게 증거도 없으면서 파편조각 같은 정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생중계하듯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 주구가 된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원인이 되었지만, 그 배후에 정치권력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국민들은 이에 대한 정권의 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찰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려 했지만, 검찰과 관련 조직에서 파상공세로 언론을 동원해 좌절시켰다. 그 결과가 이런 상황을 낳은 것이다. 경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의 수사권 독립과 현재 검찰에 독점돼 있는 기소권을 공유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이런 정치검찰을 기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견제와 분산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은 검찰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중립을 보장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렇게 된 건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더 배신감이 크다. 일정부분 미완의 과제도 있고, 업적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가 더 발하는 건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원 등 이런 군림할 가능성이 있는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줬다. 국민을 섬기고 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라는 것이었다.

내가 행자부 장관 재임시절, '국정원 보고도 좀 받으시라'고 건의했더니 대통령이 "국정원 보고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역사는 우리를 다르게 기록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시던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 성과가 쌓여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것으로 자리잡는 줄 알았는데, 이명박 정권 잡자마자 이렇게….

-앞으로 이 추모정국이 어떻게 될 것 같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노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소요가 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을 모욕하는 말이다. 정부가 국민을 받들고 섬기면서 약자를 배려하면 왜 착한 우리 국민이 항의하고 촛불 들고 하겠느냐.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명박 정부에 던진 물음이 그것이다. 이 물음에 이명박 정부가 답해야 한다. 답이 없으면 국민들이 직접 찾아 나설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같아선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났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유족과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내각 총사퇴와 함께 국정기조를 완전히 바꿔 부자와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대화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도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촛불을 막으려 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촛불에 너무 겁을 먹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도 못하게 한 것도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이다. 추도사를 하도록 했으면 정중하게 하셨을텐데, 못하게 하는 바람에 오히려 서울역 분향소에 가서 쎄게 하신 것이다. 정부가 오히려 손해를 봤고, 민심과 더 멀어지는 일이 됐다.

촛불 겁내는 MB 정부, 국정운영 자신 없다는 방증…민주주의 정신 망각

죽창이나 쇠파이프는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무기니까 막아야 하겠지만, 촛불이라는 게 얼마나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데, 그런 촛불마저 겁을 내는 것은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20세기 리더십으로 21세기 국가를 경영하려니 핀트 안맞는 것이다. 자기 능력이 안되면 인사를 통해 그걸 보완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치러진 다음날 봉하마을에서 만난 김두관 전 행정자비부 장관. 김 전 장관은 서거 당일부터 줄곧 봉하마을을 지켰다.
-행자부 장관을 해보셨으니 묻는데, 영결식 때처럼 많은 인파가 모이면 사실상 경찰력은 무력화될 수도 있지 않나.


△대한민국 경찰만 10만 명이다. 물론 그 중에서 진압에 동원될 수 있는 인력은 많지 않지만, 각종 진압장비와 훈련된 인력이므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6월 2일) 시기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겹친다.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노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 중 지역주의 극복과 타파가 가장 컸다. 선진민주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지역주의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많은 오해를 받으며 제안한 대연정이라는 것도 그걸 극복하려는 대안 중 하나였다.

대통령이 몸을 던져서 준 메시지 중 지역주의 극복과 정책정당·전국정당 건설이 남은 사람들의 과제 중 하나라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에도 노 대통령의 이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인가.

△아직 개인적으로는 고민해보지 않았지만, 풀뿌리자치가 국가경영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풀뿌리 운동했던 사람들이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민주개혁세력이나 진보진영의 과제는 뭐라고 보나.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경험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정당의 이해관계에 급급해서 국민의 뜻을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게 철칙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을 통해 민주개혁진영의 통합과 지역통합, 사회통합, 남북통합까지 화두를 주셨다. 편견없이 열어놓고 테이블을 만들어 진지하게 고민하고 협의하여 대안을 찾아갈 때 희망이 있다. 희망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사업이나 기념사업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일단 여기 봉하마을에 묘역이 조성되고 추모공원도 조성될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 하려던 환경농업 이런 걸 뒷받침할 추모사업회나 재단이 결성되어서 여사님 모시는 것과 함께 논의될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논의는 없지만 49재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논의가 될 것이다. 봉하마을은 '노무현 정신'을 살리는 민주성지가 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