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전체 초·중·고 확대 시행에 박종훈 교육위원 "상업적 악용 우려"

22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박종훈 도교육위원(왼쪽)이 '독서인증제'에 대한 도교육청의 해명을 다시 반박하자 해명에 나섰던 중등교육과 정경훈 장학관이 눈을 감은 채 이를 듣고 있다. /김성찬 기자
필독도서나 권장도서를 읽고 평가받은 결과에 대해 인증받는 학교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독서인증제' 논란이 다시금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이 교육감 지시사항으로 현재 학교 자율에 맡긴 독서인증제를 도내 전체 초·중·고등학교로 확대 시행키로 하자 박종훈 도교육위원이 '유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정부가 대입제도에 독서인증제(독서 이력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도내 학부모단체 등이 '즉각 철회'를 주장하며 논란을 빚은 양상과 비슷하다.

◇도교육청, 독서인증제 전면 시행 계획 = 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단위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독서인증제를 도내 전 초·중·고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며 각급 학교 추진 계획과 실적을 보고토록 했다.

도교육청은 우선 필독도서 10권과 권장도서 20권 이상으로 구성된 인증도서를 선정하라고 권장했다. 도서선정은 교과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선정하되, 각급 학교 도서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인증방법은 해당 도서를 읽고 독후 활동을 한 학생 모두에게 '독서인증서'를 주고, 평가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하기로 했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도서선정에서 교과 군별로 필독도서와 권장도서를 안배해 선정토록 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독서인증제 조기 정착을 위해 5월 말까지 각급학교에 인증제 시행계획서를 제출토록 했고, 시행 결과보고서 또한 올해 말까지 내도록 각 단위학교에 전달했다.

◇"자칫 폭력이 될 수도" = "독서인증제는 '선의의 옷을 입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역기능에 대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유보돼야 한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은 22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박 위원은 독서인증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는 부산교육청을 예로 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독서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리시험, 문제 가르쳐주기 등의 문제들이 숨어있다"며 "이는 곧 학생들에게 거짓 독서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교육청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의 독서 활동에 대한 평가는 기억력과 독해력에 대한 테스트에 지나지 않는다"며 "객관식 단답형 문항으로 이뤄진 평가 방식은 결국 학생들에게 책읽기를 단편 암기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독서를 강제로 유도하면 책읽기의 자발성이 사라지고, 학생들에게서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게 될 것"이라며 "외형과 실적에만 매달리는 독서교육의 폐해는 결국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위원은 학교가 추천도서를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학교는 도서선정의 위험을 줄이고자 다른 기관의 추천도서 목록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서울시교육청이 학력신장을 이유로 교과수업과 연계된 추천도서 목록을 선정하자 일부 출판사와 서점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짧은 시일 안에 새로운 형태의 교재로 변질하기도 했다.

박 위원은 끝으로 "이 사업이 갖는 순기능과 불가피성, 문제점 등을 투명하게 펼쳐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할 것"을 제안하며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사업 시행을 전면 유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4월 현재 자체적으로 독서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도내 전체 976개 학교 중 329곳(33.7%)이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175곳(33.4%), 중학교 99곳(36.5%), 고등학교 55곳(30.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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