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초 최다인, 목도 제대로 못가누지만 "친구들 있어 든든해"

"저는 장애를 소망으로 가꾸는 최다인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기죽어 살기보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갖고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보여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저 몸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여러분의 당연한 생각을 바꿀 자신 있습니다."

최근 마산 진동초교 전교어린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한 최다인(6학년) 양의 당시 선거공약 중 일부다. 공약에도 나와 있듯이 다인이는 척추성 근위축증(SMA)이라는 장애를 앓고 있다. 이 병 탓에 다인이는 걷거나 서기는커녕 목마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늘 휠체어에 신세를 져야만 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의 도움이 없으면 이동마저도 불가능하다.

최다인 양이 지난 회장 선거 당시 자신의 공약을 말하고 있다. /마산 진동초 제공
이런 몸의 불편을 안고 있는 다인이가 1년 동안 학교의 어린이회를 이끌어갈 회장에 뽑힌 것을 학교 관계자들은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인이 담임을 맡은 김수연 교사는 "최근 같은 병을 앓고 있으면서 전교 1등으로 서울 덕의초교를 졸업한 이언지 양이 화제가 될 만큼 다인이의 장애는 희귀하고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견뎌내기 어려운 병"이라며 "그런 아픔을 이겨내고 당당히 전교회장이 된 다인이가 보면 볼수록 대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인이가 큰 무리 없이 학교를 꾸준히 다니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다인이 부모님의 끝없는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다인이 부모님의 하루는 다인이를 등교시키는 일부터 시작했었다고.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다인이의 아버지 최용주 씨는 자신의 차에 휠체어를 싣고 다인이와 함께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 하교한다.

다인이를 등·하교 시키는 것으로 최 씨의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 씨는 매일 3교시가 끝나면 다인이의 소변을 빼내려고 다시 한번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5년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이다. 어머니 박수영 씨는 다인이를 위해 늘 책을 읽어준다고 했다. 그 덕인지 다인이는 학교에서 기본 지식이 풍부하고, 글 잘 쓰는 아이로 통한단다.

최 씨 부부는 "학생회장이라는 큰 임무를 맡겨 주신 다인이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어떻게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대신 전했다.

다인이가 입학할 때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진동초교 정정규 교장은 "두 부모님이 보여준 사랑과 끈기가 다인이를 인성 바른 학생으로 키워냈다"며 "나 자신도 다인이나 부모님을 통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배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새롭게 어린이회장이 된 다인이는 자기를 믿어준 친구들을 위해 1년을 봉사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저를 뽑아준 친구들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앞으로 최선을 다해 어린이회를 이끌어 가보겠습니다. 진동초등학교 '파이팅'입니다"라며 활짝 웃는 다인이의 웃음 너머로 '장애는 단지 남들보다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일 뿐 결코 좌절이 될 수는 없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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