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비전 1순위는 '개발' 아닌 '책 읽는 도시'창원,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전국 모범 사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2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정부가 2007년에 성인 1000명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고교생 2700명을 대상으로 한 독서실태조사 결과다.

2008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2007년보다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치마킹'은 우리 사회에서 한 때 유행한 말이다. 한 번씩 말썽을 일으키는 지방의원 해외연수도 '선진 사례 벤치마킹'이 제1의 목적이다. 이처럼 벤치마킹을 좋아하건만(?)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책읽는 사회나 문화 따라배우기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책읽기에 도시 미래를 건 김해 = 자치단체 목표나 계획의 1순위는 대개 개발 위주다. 그러나 김해시는 비전 1순위로 '책읽는 도시'를 삼았다. 책읽는 도시에 김해시가 명운을 건 것이다.

김해시 장유면 부곡리 주공아파트 11단지에 들어선 월산주공작은도서관. 2006년 12월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김해시 작은도서관 1호점이다. /김범기 기자
김해는 중소기업 도시다. 공업·준공업지구 15만 5341㎡에 1000여 개, 6개 농공단지 100만 6362㎡에 14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관련 비전이나 정책이 아닌 '책읽는 도시'를 비전 1순위로 삼은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몽상가의 이상이거나 실현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그저 '내세우기 좋은 치적'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조강숙 김해시 도서관정책팀장은 "많은 내부 토론을 거쳐 내린 결론이 '책읽는 도시'였다. 중소기업이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책읽기가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노릇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그리고 시민도 책읽기를 통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책읽는 도시를 비전 1순위로 삼은 배경을 설명했다.

2007년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김해는 평생학습과에 전국 최초로 '도서관정책팀'이라는 전담 부서를 꾸렸다.

2010년까지 공공도서관도 늘리고 기반도 구축하고 통합 정보망 등 내실도 다져 2011년부터는 국제행사를 여는 등 책 읽는 도시 김해를 널리 알린다는 구상도 있다.

◇북스타트 운동 = 자치단체 등이 앞장서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최근이다.

비영리민간단체인 '책 읽는사회문화재단'과 10여 단체가 연대해서 '책 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이 서울 중랑구와 함께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였다. 북스타트 운동은 아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자는 운동이다.

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께 영국에서 시작됐다. TV에 이어 컴퓨터가 늘면서 독서율이 크게 떨어지는 현실에서 심각성을 깨닫고는 버밍엄에서 보건소를 찾는 유아들에게 책 꾸러미를 나눠주면서 책 읽기 운동을 벌였다.

영국은 현재 90% 이상 자치단체가 북스타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책 읽는 사회 만들기는 공공도서관 등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자치단체 차원에서 책 읽는 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펼칠 수 있다.

특히 경남은 책 읽는 운동과 관련해 전국적인 모범을 선보이고 있다. 김해시가 책 읽는 도시를 미래 으뜸 비전으로 삼으면서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책 읽는 운동 모범을 만들고 있다면, 창원은 작은도서관으로 전국 모범이다.

지금은 중앙정부가 건립 비용을 지원하기까지 하는 작은도서관은 창원시가 전국에 전파한 모범사례다.

창원은 지난 1995년께 시민사회단체가 마을마다 도서관을 만들자는 운동을 펼쳤고, 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현재 모든 읍·면·동에 마을도서관이 들어섰다.

책 읽는 도시에 걸맞게 관련 콘텐츠를 적극 갖춰내고 있는 김해시를 두고, 과연 '창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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