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02학년도 대학입시 기본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각 대학이 2002학년도 입시요강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능 성적에 따라 80여만명의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던 대학 입시제도는 계열별 변환표준점수를 9등급으로 나누는 ‘스태나인(stanine)’ 방식이 적용되고 학생부와 면접성적, 특기사항 등을 고려하여 합격자를 걸러내는 다단계 전형으로 바뀐다.

새 입시제도는 종전 일년에 단 한번의 수능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던 진학지도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5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연중 진학지도를 하게 됐다. 새 입시제도는 대학에 따라 선발 기준이 수능 성적에다 적성·품성·특기·논술점수 등을 반영하는 다단계 전형과 학교장 추천제·특기자전형 등 선발방식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선발방식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검정고시생이나 2+1 체제의 공고생 그리고 일반계 고교생 중 직업교육과정 위탁생, 1997년 이전 고교 졸업자, 외국고교 졸업자 중 특례입학이 불가능한 수험생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학지도는 당분간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입시 때부터 제기돼왔던 수능 비중축소에 대한 찬반논란, 수능의 대안으로 제시된 학생부·추천서 등의 공정성·객관성 확보 문제와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별 학력격차 등과 같은 문제점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새 입시제도는 진학지도에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입시전형의 다양화와 무시험전형을 특징으로 하는 새 입시제도는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다양화’ 때문에 영어·수학뿐만 아니라 예체능 과외 수요까지 부추길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교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아도 다양한 입시전형에 맞게 개별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풍토는 학교교육의 붕괴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등교육의 질과 내용까지를 좌우하게 되는 새 입시제도가 발표됐지만 학부모들의 과외 부담이나 입시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 입시제도에서도 수능성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어 중등교육의 정상화에는 어림도 없다.

앞으로의 교육방향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설립과 영재교육의 실시 등 시장논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입시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입시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입시관계자들의 엘리트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입시문제의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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