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일 창원 2곳서 공연…망각·진실규명간 고뇌 그려

지난 6일 창원대 학생회관인 사림관 1층 강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여성의 삶을 그린 노래극 <나비>(연출 방은미)가 공연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이 세상 끝까지 증언할 겁니다! 해방하고 귀국해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제 들춰내 봐야 소용이 없어요. 용서하고 아픔은 잊고, 파묻어야 할 때요. 진실을 밝힌다면서 돈을 구걸하고…."

공연으로 되살린 참혹한 진실

"그건 악몽이었어!" "아냐! 그건 분명히 밝혀야 할 사실이었어." 연극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출연자 간의 갈등은 계속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노래극 <나비>(연출 방은미·극본 김정미)가 지난 주말 창원에서 펼쳐졌다.

6일 창원대 사림관과 7일 창원 성산종합사회복지관 무대에 오른 <나비>는 '나비,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공연됐다. 6일 창원대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5명도 공연을 봤다.

<나비>는 해방 이후 지난날 상처를 껴안고 숨죽인 채 살아온 김윤이(극 중 이름) 할머니와 고통을 지우며 진실을 밝히고자 증언하려는 박순자·이복희 할머니가 만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의 오해와 화해는 뼈아픈 기억이 잊히는 지금 세태에 대한 비판을 아우르는 듯했다.

<나비>는 김윤이 할머니가 '하나꼬'로 살았던 젊은 날을 돌아보는 대목에서 정점에 이른다. 자신이 의지하는 '어머니'와 젊을 당시 모습인 '하나꼬' 사이에서 고뇌를 통해서였다. 갈등을 지속할수록 '니 기억은 그저 악몽이야!' '그건 사실이었어!'라는 되뇜은 반복됐다.

결국, 김 할머니는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다. 박 할머니도 "누에고치 속 애벌레처럼 숨어 지내면 안 되지. 같이 날아보자!"라는 말로 버팀목이 된다.

공연이 끝나자 한동안 엄숙했던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는 "경남에도 피해자로 등록된 분들이 11명 정도다. 하지만, 등록 못 하신 분들이 많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이소영(여·20·마산 합성동) 씨는 "자료나 매체들로 많이 본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이 있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보는 내내 슬펐고, 그 한이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창원여성의 전화 회원인 윤영희(43·창원 상남동) 씨는 "공연 매체가 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 위안부 하면 막연했던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극단 나비 방은미 연출가는 "<나비>는 스스로 반성이자 곧 실천이었다"며 "위안부는 민족적인 공감대나 사상의 차원을 넘어 인권의 문제다. 비인간성을 걷어내고 이성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국 순회공연과 내년 미국 동부 지역 투어도 계획하는 <나비>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본이 공식 사죄할 때까지 공연하는 게 목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 참혹한 기억은…." "진실을 볼 수만 있다면, 나비만큼 자유로워질 겁니다!" 그들의 흐느낌은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오롯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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