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을 맞힌 역술인들 사망하기 전까진 틀린 예언틀린 사실엔 관심두지 않아…모든 예언서 표본 추출해야

   
 
 
예언가나 점쟁이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한 편인데 이는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맞힌 사실만 뉴스거리가 되고 떠벌려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언자는 16세기에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케네디 암살 등 굵직굵직한 세기의 사건들을 예언했다 하여 더욱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예언서 <세기 Centuries>에서 3000개가 넘는 예언을 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떤 역술인의 점이 몇%나 맞는지도 마찬가지다. 그가 보여준 모든 점에서 무작위 표본을 뽑아 얼마나 맞혔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틀린 점을 찾아와 항의하는 사람이 없으니 틀린 표본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점쟁이마다 잘 맞힌다고 떠벌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몇몇 역술가들이 그것을 미리 예언했다고 해서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일성의 죽음은 많은 잡지와 주간지에서 오랫동안 끊임없이 예언돼 왔다. 그리고 그런 예언들은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계속 틀려왔지만 누구도 틀렸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구의 점이 틀렸다는 사실은 뉴스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고령에다 심장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에 시달리던 김일성이 죽었는데 그의 죽음을 예언하는 일은 태아의 성별을 맞히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틀려도 그 사실을 확인하려는 사람조차 없는 우호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지 매년 그런 예언을 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 사업적인 수완만 있다면 유명해지는 것이다.

김일성의 죽음을 맞혔다는 점쟁이들에게 언론은 너도나도 김정일의 앞날을 물었고 점쟁이들은 각자 자신의 예언을 내놓았다. 그 예언들에 따르면 지금쯤 김정일은 실각했어야 하는데 아직 김정일은 자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김정일에 관한 예언이 모두 빗나갔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의 죽음을 정확하게 예언했다고 하여 유명해진 한 무속인이 쓴 책이 당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무속인은 유명세 덕분에 2년 후까지 예약이 밀려 있었다고 하니 바야흐로 점쟁이도 스타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와 있다고 자랑하는 나라가 큰 사건, 경제예측, 정치체제 등을 논할 때 몇몇 점쟁이의 예언을 참고한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했을 때 참사 현장에서 이스라엘 초능력 소년의 영감을 받았다는 수십 명의 자칭 도사들이 생존자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었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런 장면을 보고 어느 현장 구조대원은 "아무렇게나 떠벌려대고 자신들이 점찍은 곳에서 생존자가 나왔다고 선전하겠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언의 정확성을 평가하려면 그의 모든 예언으로부터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그 예언들이 얼마나 맞았는지 평가해야 한다. 예언의 정확성을 제대로 평가한다면, 그의 예언은 보통 사람의 예언이 우연히 맞는 경우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방대홍(경남지방통계청 진주출장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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