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처럼 휜 초릿대, 온몸에 퍼지는 전율

활처럼 휘는 초릿대. 짜릿함이 대끝에서 손끝으로 또 온몸으로 퍼져온다. 나도 모르게 입가엔 웃음이 맴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그놈을 느낀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4시가 가까워져간다. 빠른 때라면 서서히 입질이 시작될 시간…. 가장 통통하고 먹음직스런 크릴 한마리를 골라 예쁘게 바늘에 끼우고 다시 채비를 날렸다. 그러나 또 한참을 별 입질이 없다. 그렇게 또 50여 분이 지나갔다.

종일토록 구름위를 거닐던 해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야말로 기다리던 그 시간이다. 먼바다를 헤매던 감성돔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먹이 활동을 시작할 바로 그 시간. 다시 심기일전.

중썰물이 가까워지고 조류가 아까보다 빨라졌다. 다시 통통한 미끼를 끼우고 멀리 채비를 날렸다. 아까보단 다소 천천히 채비를 감아들이며 어느 순간 견제에 들어갔다.

뉘엿뉘엿 지는 해 바라보며 통통한 크릴 끼워 캐스팅
대 끝에 묵직한 느낌, 밀고 당기고…짧고도 긴 행복감


◇낚시란 바로 이런 것!

그순간…. 잠시 찌가 스멀거리더니 바다위에 늘어진 원줄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르게 빨려나간다. 찌도 따라 물속으로 쑤~욱!! 가볍게 챔질, 초릿대로부터 곡선을 그리며 허리까지 활처럼 휘어진다. 릴링과 동시에 한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강하게 채비를 끌어당기며 저항하며 달아나는 그놈, 완전히 휜 낚싯대와 나의 몸이 하나가 되어 그놈의 힘을 느낀다.

짜릿함이 대끝에서 손끝으로 또 온몸으로 퍼져온다. 나도 모르게 입가엔 웃음이 맴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그놈을 느낀다.

낚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루를 주고 열흘을 주어도, 내가 가진 주머니속의 그 모든 것을 미련없이 다 주어도 바꿀수 없는 것이 바로 이맛이다.

한참 동안, 그 모든 것을 다 느끼며 천천히 릴링을 한다. 바람때문에 가끔씩 피아노 소리도 어우러지니 나에겐 참으로 환상적인 음악이다. 뜰채를 찾아 발밑 물속으로 미끄럼을 태운다. 발밑에서도 한참을 저항하던 그놈이 뜰채로 들어오고, 끌려나온 놈은 43㎝쯤 되는 감성돔이다. 조심스레 바늘을 빼내고 흐뭇한 표정으로 기포기통에 넣는다.

이리저리 발밑에서 저항하던 그놈이 수면 위로 드러누우며 뜰채 속으로 들어온다. 캬~ 이건 못 돼도 5짜급인데….
다시 멀리 캐스팅….

앞쪽으로 밀려오는 채비가 좌측으로 살짝 돌아가는가 싶더니 또 스르르 찌가 잠긴다. 스풀을 닫고 챔질준비. 쑤~욱하며 빠르게 찌가 잠기고 원줄이 끌려간다. 챔질과 동시에 낚싯대가 쭈~욱하고 펴진다. 레버를 풀어주며 재빨리 대를 세웠으나 다시 빠르게 대를 눕히고 만다. 다시 레버를 주고 대를 세우며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아까보다는 틀림없이 큰놈이다. 상당히 먼거리를 달아나 힘이 약간 빠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더 확실한 손맛을 느끼려고 스풀을 약간 풀어주었다. 찌~익 찌~이익하며 풀려 나가는 스풀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이다.

릴링과 스풀소리가 어우러져 서산 아닌 섬으로 붉은 여운을 남기며 해가 기울고 있다. 아름다운 노을속에 오늘도 난 한점의 그림이 되는 것을 느끼며 손맛을 이어나갔다.

언제나 철수 땐 만감이 교차한다. 손맛을 보신 분과 그렇지못한 분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아까보다 더 큰 놈이


천천히 그놈이 끌려오는가 싶다가 다시 저항하고 또 다시 끌려오기를 반복한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큰 놈일까?

보이지 않는 그 놈을 보고싶어 안달이 날때, 혹시나 잘못되어 터지지나 않을까하는 스릴감,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것이 낚시의 즐거움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만큼의 그 오묘한 맛,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짧고도 긴 행복함.

붉은 노을 빛에 반사된 그 놈이 물속에서 얼핏얼핏 떠오를 때마다 황금색 고기로 변해보인다. 이리저리 발밑에서 저항하던 그놈이 수면 위로 드러누우며 뜰채 속으로 들어온다. 캬~ 이건 못 돼도 5짜급인데….

나중에 재어보니 조금 모자라는 49㎝였다. 그 후에 43㎝ 전후의 감성돔 두 마리를 더 낚았다.

올해는 꽤 성적이 좋은 편이다. 벌써 다섯 마리 이상의 씨알 좋은 감성돔을 10 번 이상 낚았으니 말이다. 많이 낚아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이 낚시인의 바람 아니겠는가. 다른 때와 달리 오늘은 다른 분들도 대부분 손맛을 보시고 씨알도 좋아 모두들 흐뭇한 표정이다. 그래! 그래야 직업꾼인 나도 기쁘지.

언제나 철수 땐 만감이 교차한다. 손맛을 보신 분과 그렇지못한 분들, 그러나 허탕을 많이 치신 분들일수록, 뒤에 손맛을 보았을 때의 기쁨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순간의 아쉬움을 위안하실 수 있길 바란다.

요즘 들어 우리가 출조하는 갯바위가 많이 깨끗해졌음을 느낀다. 장기간 출조 때마다 한 마디씩 부탁드린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깨끗하고 냄새 없는 갯바위에서 채비를 준비하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이런 환경이 오래도록 보존되고 가족들께서도 함께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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