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구조조정 화두로 떠올라 불안감 증폭실업급여 수급자 78만 명…전년 비 13% 늘어

   
 
 
전 세계를 뒤덮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유류비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고로 말미암아 서민의 겨울 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한겨울 한파보다 더 몸을 움츠리게 한다. 서민 가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경기 침체 쓰나미' 앞에 놓인 서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창원에 사는 조 모(39) 씨는 지난여름 회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면서 직장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가슴이 타들어간다. 몇 개월간 밀린 월급을 아직 받지 못해 집안 형편도 어렵다.

지난 추석 때는 추석을 쇨 돈과 어머니의 외국여행 경비를 보태려고 장롱 속 깊숙이 간직한 아이 돌 반지를 처분해야만 했다. 또 초등학생 큰아들이 다니던 학원 3개를 모두 끊었다.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서 허리띠라도 졸라맨다는 심정에 아끼고 또 아껴 생활하고 있다.

조 씨는 "직장을 잃으면 모아둔 돈도 없어 생계가 당장 막막하고 집을 사면서 대출받은 돈도 걱정이 된다"며 "퇴근하면 아내 볼 면목도 없고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어렵고 해서 직장동료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술을 마시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가 연일 주요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실물경제의 악화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쪽으로 뉴스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서민들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실업급여 누적 수급자가 7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증가했다. 창원 고용지원센터에서 올 10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아간 사람은 70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19명보다 315명 늘었다.

또 정부는 실업자가 더욱 많아질 것에 대비해 내년 실업급여 예산을 올해 2조 5000억 원보다 8000억 원 많은 3조 3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 관계자는 "기업들은 대체로 상황이 어려워진 후 늦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갈수록 실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 4분기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구직활동을 인정받고 실업급여를 타려고 창원 고용지원센터를 찾은 이 모(여·48) 씨는 현재 3개월째 실업급여 80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지난여름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을 잃었다. 게다가 세탁소를 하던 남편도 올봄 장사가 안돼 문을 닫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상황이다. 이 씨는 다시 취직을 하고자 사방팔방으로 노력했지만 일자리도 없는데다 사람을 구하는 곳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씨는 "IMF 때 남편이 실직해 한동안 어려운 나날을 보냈는데 다시 이런 상황이 닥쳐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며 "뼈 빠지게 열심히 일해도 우리처럼 없는 사람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