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모아야 1만 원…연탄·등유가격 급등불황 탓 정부·후원자 도움마저 줄어 '막막'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가 보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힘들게 폐지를 모아 고물 수집상으로 향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전 세계를 뒤덮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유류비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고로 말미암아 서민의 겨울 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한겨울 한파보다 더 몸을 움츠리게 한다. 서민 가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경기 침체 쓰나미' 앞에 놓인 서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마산시 양덕동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서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힘들게 끌고가는 할머니. /김구연 기자
마산 신포동 길가에서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가던 노부부가 힘에 겨운 듯 손수레를 세우고 한숨을 돌리고 있다. 인근 완월동에 사는 이 모(73) 할아버지 내외가 이른 새벽부터 동네를 돌며 모은 폐지를 싣고 고물상으로 가는 길이다.

칠순 노부부가 힘에 부칠 정도로 한 수레 가득 폐지를 모으려면 2∼3일은 족히 걸린다. 이렇게 힘들게 다리 품을 팔아 모은 폐지와 고철은 최근 가격이 폭락해 고작 만 원가량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이들 노부부가 폐지와 고철을 모아 번 수입이 한 달에 25만 원가량은 됐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13만 원을 번 것이 고작이다.

노부부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지만 자식들 형편도 좋은 편이 못된다. 그나마 시집간 딸이 가끔 건네는 용돈이 가욋돈의 전부다. 그런데도 노부부에게 작은 집 한 채가 있어 정부로부터 저소득층 지원을 받지 못하고 폐지를 주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겨울을 나자면 최소 두 드럼가량의 기름 값인 40만 원이 필요하지만 수입이 턱없이 줄어 냉골에서 지내야 할 형편이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에는 아끼고 아껴서 겨우 겨울을 났는데 올해는 걱정이다"며 "끼니는 어떻게 해결한다 해도 난방비 탓에 추운 겨울 나기가 큰일이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많은 서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특히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더욱더 혹독한 겨울이 예상된다.

폐지를 수집하고 있는 할아버지. /경남도민일보
이들 저소득 가정에서는 난방을 위해 등유나 연탄을 사용하지만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라 아끼고 아껴도 부담스럽다. 연탄은 배달비를 포함해서 한 장에 430원가량 하던 것이 올해는 530원으로 올랐다. 보일러에 사용되는 등유도 지난해 11월 한 드럼(200ℓ)에 21만 8000원에서 올해는 23만 원 선이다.

여기에다 이들의 주 수입원인 폐지와 고철 값이 폭락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폐지는 평소 1㎏에 100원을 넘던 것이 최근에는 60원, 고철은 1㎏에 300∼400원 하던 것이 50∼7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때문에 하루 평균 3000원 정도의 수입이 절반 정도인 1500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와 후원자의 도움이 큰 힘이 돼 왔지만 올 들어 후원이 줄면서 이조차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마산 반월동에 사는 김 모(79) 할머니도 역시 겨울을 날 연탄값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겨울을 나자면 4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다. 지난주 연탄은행의 지원으로 200장은 확보를 했지만 나머지 연탄값이 문제다.

다리가 불편한 김 할머니는 폐지도 주울 수 없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30만 원이 수입의 전부이다. 그러나 월세 10만 원과 병원비, 생활비를 빼면 10만 원이 넘는 연탄값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 할머니는 "없는 사람들은 겨울만 되면 걱정이다"면서 "빨리 죽으면 이 고생 안 할 텐데 또 겨울이 찾아왔는데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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