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청 로비에 걸려있는 시목(은행나무)·시조(괭이갈매기)·시화(장미)를 시민들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김정훈 기자
경남도를 포함한 도내 지방자치단체의 자연 상징물이 '그 나무에 그 새, 그 꽃'이 된 이유는 70·80년대 군사정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정부가 지침을 내려 지정을 종용했고, 시·군에서는 획일적으로 지정해놓았다.

이 때문에 현재 민선이 되면서 상징물에 대해 과감한 손질을 하는 등 재정비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배어있는 관습에 따른 고정관념 때문에 재정비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징물 지정 배경 및 지역 현황 =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78년 내무부가 지역의 자연을 상징하는 꽃·나무·새를 지정하라는 지침에 따라 선정하게 됐다.

도내 지자체 상징물 시기별 지정 현황을 보면, 경남도는 73년 7월 장미를 선정한 데 이어 78년 5월과 6월 각각 느티나무와 백로, 97년 5월 볼락을 각각 도목·도조·도어로 지정했다.

남해는 치자꽃(73년 12월)·비자나무(79년 1월)·백로(98년 7월), 양산은 일괄적으로 81년 6월 목련·이팝나무, 합천 82년 1월 매화·잣나무·까치, 함양 82년 2월 철쭉·느티나무·반달곰, 창녕 82년 5월 국화·은행나무, 고성 82년 6월 국화·은행나무·까치, 하동 82년 6월 철쭉·은행나무·비둘기, 함안 82년 6월 백일홍·감나무를 각각 선정했다.

그리고 진주·사천 등 일부 지자체는 도·농 통합으로 상징물을 추가 지정했거나 변경했으며, 마산·김해·진해·밀양·거제·통영·산청·거창·의령은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지정일자를 모르고 있다.

◇획일적 상징물 의미 = 산청(목화·대나무·꾀꼬리), 진주(석류꽃·대추나무), 남해(치자꽃·비자나무) 등 일부 지역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연 상징물을 지정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획일적이다. 지역특성보다는 급하게 정하다 보니 상징물이 가진 의미에 중점을 뒀다.

예를 들어 지자체 7곳(마산·김해·사천·하동·고성·창녕·의령)이 지정한 은행나무는 질이 곧고 튼튼하며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는 수명이 긴 나무로 고장의 후박한 인심과 꿋꿋한 정의감과 무궁한 번영을 상징한다.

또 5곳(경남도·진주·남해·창녕·함안)이 지정한 백로는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가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준다. 청결·강직하고 주체성이 강한 성질은 지역주민의 기질과 흡사하며, 화합 단결된 참모습을 상징한다.

바다를 접한 5곳(마산·진해·거제·통영·사천) 지자체가 선정한 갈매기(괭이갈매기·흰갈매기 포함)는 예리한 관찰력과 부지런하고 협동심이 강하고, 한려해상 중심부에 자리 잡으며 해양관광도시로 비상하는 지역의 진취적 기상과 화합을 상징한다.

4곳(사천·밀양·하동·함양)이 선정한 철쭉은 주로 야산에 많이 자생하며 5월에 만개해 절경을 이루고, 지역의 번영을 상징하며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해당 주민, 상징물 알까 = 한 지자체 담당자에게 상징물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즉답을 못하고 동료에게 묻거나 자료를 찾아 대답하는 등 자세히 모르고 있다. 특히 생태계 변화로 서식하지 않는 괭이갈매기·백구(흰갈매기)·백로 등의 상징물에 대해서는 과거에 많이 있었다는 개괄적인 답변을 했다.

ㄱ 공무원은 "부서 이동으로 모르고 있는데 이번에 옛 자료를 뒤적이면서 공부를 하게 됐다"며 "지역 상징물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상황이 많이 변해 있다"고 말했다.

또 ㄴ 공무원은 "지역 특색에 맞는 상징물과 깃발 외에는 새나 나무·물고기 등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며 "이들 상징물의 활용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재정비 움직임 = 기존 획일적 자연 상징물을 과감하게 없애고 새롭게 재정비한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 시흥시다.

시흥시는 지난 2003년 10월 70년대 시화·시목·시조로 정한 목련·은행나무·까치를 없애고, 유일하게 육지에 갯벌이 있는 독창성을 지닌 시흥갯벌을 상징생태계로 지정했다.

시흥시는 이 작업을 위해 독창적 이미지 창출과 지역 정체성 확립을 목적으로 시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캐릭터·상징생태계·슬로건 등 상징물재정비 및 개발을 완료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에서 획일적으로 정한 상징물을 없애고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재정비를 하게 됐다"며 "지역 상징물을 변화된 여건과 지역특성 등 현대에 맞게 변경하거나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일부 지역에서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정비한 곳도 있다. 썩 좋은 예는 아니지만 사천과 창원이 그 예다.

지난 94년 6월 환경부가 까치를 해로운 짐승으로 지정하면서 사천은 과거 까치에서 갈매기, 창원은 82년 지정한 까치를 아예 없애 시조가 없다.

창원은 당시 까치를 없애고 가창오리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창오리가 철새라는 이유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창원 시화인 진달래도 80년 9월 개나리로 정해놓았던 것을 '너무 흔하다'는 이유를 들어 2005년 3월 9일 상징물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 진달래로 바꿨다.

또 올해 제8회 국화축제를 맞는 마산시는 지난 2006년 시화인 장미를 국화로 바꾸는 등 상징물 관련 조례를 제정하려 했지만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시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화를 시화로 하자는 의견이 1518명 가운데 89%가 찬성했지만 고정관념 때문에 실패했다. 시의회는 장미가 갖는 의미도 무시하지 못해 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시조가 괭이갈매기인 마산시는 최근 무학산에 대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산시장 지적에 따라 해당 실과가 준비를 하는 상황이며, 전어축제가 유명해 전어를 시어로 지정하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미를 지역상징물로 지정한 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19곳"이라며 "상징물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고정관념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상징물은? = 대한민국의 상징물은 무엇일까. 국가가 정한 국화·국목·국조가 있을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기(태극기), 국가(애국가), 국화(무궁화), 국새(나라 대표도장), 국장(나라문장) 등 5가지 공식·비공식 상징이 있다.

이 중에 법으로 정한 것은 태극기밖에 없으며, 국새와 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해놓고 있다. 애국가와 무궁화는 관습적으로 전해 내려온 마음속 상징물이다.

세계 다수의 국가가 꽃·나무·새·동물을 정해놓고 있으나 우리나라가 정한 새나 나무·동물은 없다. 다만 지난 96년 공보처가 여론조사를 해 본 결과 국조는 까치·비둘기·학·봉황, 국목은 소나무·은행나무·대나무 순으로 나왔다.

행안부 의정담당관 관계자는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기와 애국가·도장·문장은 정해 놓았고 애국가와 무궁화는 관습적으로 내려온다"며 "그 외 국가가 정한 새나 나무·동물은 없다"고 말했다.

도내 지자체별 자연 상징물 현황

시군

나무

경남도

장미 느티나무 백로

창원시

진달래 소나무  

마산시

장미 은행나무 괭이갈매기

진주시

석류꽃 대추나무 백로

진해시

벚꽃 편백나무 백구

통영시

동백 동백나무 갈매기

사천시

철쭉 은행나무 갈매기

김해시

매화 은행나무 까치

밀양시

철쭉 소나무 까치

거제시

동백 해송 갈매기

양산시

목련 이팝나무  

의령군

진달래 은행나무 비둘기

함안군

백일홍 감나무 까치

창녕군

국화 은행나무 백로

고성군

국화 은행나무 까치

남해군

치자꽃 비자나무 백로

하동군

철쭉 은행나무 비둘기

산청군

목화 대나무 꾀꼬리

함양군

철쭉 느티나무 소쩍새

거창군

개나리 감나무 비둘기

합천군

매화 잣나무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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