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매일·강선주 창원중부서장, 무책임해"

강선주 창원중부서장이 지난 18일 자 <경남매일>에 기고한 글. /김주완 기자 wan@
불교계를 훈계하는 듯한 글로 논란을 일으킨 창원중부경찰서 강선주 서장의 기고문이 <경남매일> 인터넷판에서 사라진 것은 경찰서 경무계가 삭제요청을 했고, <경남매일>이 즉각 수용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강 서장 스스로 자신의 글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거나 무책임한 신문사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경무계는 지난 19일 오후, 강선주 서장의 글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창원중부경찰서를 출입하는 <경남매일> 강 모 기자에게 전화해 "글의 의도하고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온다. 가능하다면 인터넷에서 삭제를 해달라"는 요지로 삭제요청을 했다.

경무계 강기중 과장은 전화통화에서 "찬반 논란이 너무 뜨겁고, 비방에 가까운 글이 올라오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서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경무계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요청했다. 서장께는 삭제요청을 한 당일 사후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무계의 삭제요청에 따라 <경남매일>은 20일 오후 1시께 인터넷(http://www.kndaily.com/)에서 글을 없앴다.

강 기자는 전화통화에서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내려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터넷사업부에 있는 담당기자에게 삭제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종현 <경남매일> 인터넷사업부 차장도 "20일 오후 1시에 기고문을 인터넷에서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인터넷에서 기사를 아예 삭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언론사의 인터넷사이트 운영 관례로 보았을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난 기사를 이처럼 통째로 들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논란이 이는 기사일수록 신문사의 이름도 덩달아 알려지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계가 이번 조치를 의아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유다.

김삼찬 <경남매일> 편집국장은 20일 오후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논란이 뜨겁지만 너무 쉽게 기사를 내린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려고 하자, "지금 취재하는 거냐? 그러면 취재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직접 와서 취재하라. 지금 바쁘니까 더 이상 말하기 싫다"고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삭제요청을 한 것을 보면 강선주 서장이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일부 누리꾼이 제기한 '출세에 눈 어둔 글'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남매일>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의 글을 충분한 검토 없이 게재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글을 올리고 내리고는 신문사의 자체판단이겠지만, 논란이 이는 기사는 신문사를 알리는 역할도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는 달리 기고문은 글을 쓴 사람 쪽에 책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경남매일>이 지난 18일 자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는 강 서장의 기고를 실었고, 이를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http://2kim.idomin.com/)에 18일 '현직 경찰서장, 불교계에 훈계성 기고'라는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으로 크게 확산됐다. 24일 현재 이 글에는 2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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