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벌이는 짜릿한 한판 승부

   
 
 

푸른 하늘 아래, 푸른바다 위에, 바다가 제공하는 그림들은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마구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통영 두미도를 거쳐 갈도까지. 구름이 만드는 작품들을 구경하며 어느새 당도해버렸다. 언제나 '필'이 꽂히는 곳에서 가족님들을 내려드리고 포인트 설명도 잊지 않는다. 간만에 한양에서 오신 기 이사님 가족들과 선상낚시를 하기로 했다.

몇 번이고 줄 터뜨린 대물 그리며…2호대에 6호원줄 13호바늘로 채비

새벽에 갯바위에 내려 뙤약볕 아래서 수고하셨기에 조금이나마 그늘진 배위로 오르시라고 말씀드렸다. 나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그의 중학생 아들과 낚시를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사모님까지 더이상 햇볕아래 둘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선상낚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요근래 가족님들을 내려드리고 심심풀이로 몇번 선상낚시를 했었는데 잔잔한 상사리급 참돔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대물들을 몇번이고 터트린적이 있기에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크릴로 승부를 걸다

배가 커지다보니 이젠 맘놓고 갯바위에 배묶어놓고 내릴 수도 없게되었으니 선상이라도 할 수밖에. 살림망에 준비해온 크릴을 통째로 넣었다.천천히 녹아 가라앉으면서 부시리며 참돔을 유인해 줄 것이다. 밑밥이 가라앉으며 고기들을 유인하는 동안 채비를 시작했다.

   
 
 

지난번처럼 1호대로 승부해볼까하다가 어떤넘인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낚시평생, 몇번 사용해보지도 않았던 2호대와, 빌딩공사장의 크레인같은 릴이며 거기 감겨있는 와이어같은 느낌의 6호원줄에 목줄 약 5미터정도에 전유동 B찌를 달고 조류를 잘받게 수중스토퍼를 달았다.

13호바늘과 목줄에 B봉돌을 두개 분납하고, 통통하니 예쁘게 생긴 놈으로 골라서 서너마리를 바늘에 끼웠다. 수온이 높으니 살림망의 크릴도 잘 녹고 꽤나 빠른 조류를 타고 잘도 흘러간다.

모두가 열심히 채비를 하고 낚시를 시작한다. 가끔씩 상사리급 참돔들이 사정없이 채비를 끌어당긴다. 간만에 느껴보는 과격한 입질에 모두들 나름 즐거우신 모양이다.

살림망의 크릴이 떠올라 빠르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천천히 가라앉고있다. 조류가 조금 약해지는가 싶더니 아주 예쁘게 흘러가고 있다. 이 정도면 뭔가 될 것 같다. 역시 상사리급 참돔들의 입질위치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도 여태까지 밑밥이 꽤나 먼곳에서 가라앉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먼 곳부터 입질지점을 정했다.

휘리릭 60~70m 풀려나가는 원줄…부러질 듯 휘어지는 대 '와 크다'

릴에 남은 원줄을 보니 약 70~80미터 정도 풀려나간 듯하다. 얼핏 보이던 찌가 껌뻑하는 느낌과 동시에 손아래 원줄이 휘리리릭~하며 사정없이 풀려나간다. 반사적으로 왼손으로 가이드를 닫으며 오른손으로 챔질을 하고는 빠른 속도로 늘어진 원줄을 감아들였다.

그러나 늘어진 원줄은 순간적으로 팽팽해지고 세워진 장검은 어느새 허리를 비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가족님들께선 '우~ 와~' 하시며 기운을 불어넣는 탄성을 질러주신다. 가족님들께선 자기채비엔 관심이 없어졌고, 오로지 내 바늘에 걸린 넘이 어떤 넘일지에 관심이 쏠린듯하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찌가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수중여를 향해 달리는 넘을 내가 가만둘 리 만무허지. 연속적인 릴링으로 그넘의 마지막 희망을 없애버렸다. 제발!!! 처음엔 대물 참돔이라 생각했지만 일찌감치 그 희망은 사라졌다. 무조건 '부시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단지 크기가 궁금할 뿐이었다. 다시 발밑으로 끌려온 그넘의 마지막 저항도 만만치 않다. 몇번이고 대의 허리까지 물속으로 끌어당기며 최후의 저항을 했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걸 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연햄'님께서 뜰채를 들고 벌써부터 그넘을 마중하고 계셨으니…. 물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던 그놈이 조금더 확실히 보였을때, 가족님들께선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우와~크다!!!!"

뜰채에 담긴 그넘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어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제자에게 대신 촬영포즈를 부탁했다. 내가 들고 내가 사진을 찍지 못하니.

   
 
 
줄자에 올려보니 80㎝. 대충 대물급 한마리 손맛을 보았으니 내 스타일의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낚시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스릴이라고. 약한 채비로 대물과 맞장떠서 끌어내는 짜릿함이야말로 최고의 절정이 아니던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0.8호대를 꺼내고 2500번 LB릴을 장착했다. 원줄 2.5호에 목줄3호 5미터에 B봉돌 두개분납. 아까처럼 통통한 크릴새우 세마리를 골라 바늘에 끼우고 채비를 날렸다. 어느새 조류방향이 바뀌어버렸다. 썰물에서 초들물의 시작. 지금부터 황금타임. 약 50여 미터 채비가 흘러가는가 싶더니 휘릭하면서 순간적으로 원줄이 풀린다.

재빨리 가이드를 닫고 대를 세웠다. 늘어진 원줄이 자동으로 정리되며 허리가 휘는가싶더니 손잡이 가까이까지 사정없이 휘어져버린다. 쉬지않고 스풀은 휘~이잉 소리를 내며 풀려나간다. 채비가 약하니 어느 정도 놈의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한참을 달려나가는가 싶더니 슬슬 힘이 빠지는가 보다. 조금씩 릴링을 시작하였다. 조금씩 끌려오는가 했는데, 갑자기 또 달려나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서히 시작된 릴링에 조금씩 조금씩 그넘이 끌려온다. 흠!! 이넘은 틀림없는 참돔이구먼. 나의 짧은(?) 낚시경험을 통해 어종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시 아까처럼 가족님들의 시선을 나의 채비쪽으로 끌어당겨버렸다. 발밑까지 끌려온 놈은 마지막 몇번의 저항뒤에 뜰채에 담겼다. 역시나 60센티급 바다의 미녀 참돔이었다.

이번엔 자연햄님께 사진촬영을 부탁드렸다. 멋진 미녀를 품에 안고,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족님들께 죄송하기도 했지만 오늘도 짜릿한 승부 한판을 벌였으니 기쁘다.

/조상권(삼천포 금양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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