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정치적 의사표현·이동 자유 침해"

경찰이 서울서 열려던 집회에 대해 옥외집회 금지통고를 했더라도 지방에서 서울 집회에 참석하려던 사람들을 원천 봉쇄했다면 이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이동 자유 등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민사 8단독 이미정 판사는 20일 당시 경남진보연합(준) 소속이던 이병하 씨 등 88명이 지난해 11월 서울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에게 각 10만 원씩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더구나 이 같은 판결은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데 연이어 나온 것으로 상경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의 물리적인 저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당시 경찰의 상경차단 조치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정한 법률상 요건을 갖추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며 "원고들이 준비한 전세버스를 이용해 상경하려던 행위는 집회 예정시간보다 무려 9시간 30분 전이었고, 서울에서 400여㎞ 떨어진 경남이었다는 점에서 상경행위만으로 집회에 참석하려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같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며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경찰권 행사가 이루어져야 함이 헌법 이념에 맞는다고 보면 원고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자 상경하는 것을 차단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 등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2007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하려다 경남지방경찰청 기동대 등이 집결장소에 순찰차량을 배치하고 상경을 막자 전세버스 대여료 등 물질·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것 등을 요구하며 1인당 10만~92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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