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단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주제 강연"온·오프라인 결합으로 순식간 확산…이질감 뛰어넘은 '행동 미디어'"

23일 오후 마산시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시민논단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병권(연구공간 수유+너머 추장)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추방되고 배제됐던 대중이 촛불 시위에 나서면서 한국 사회에서 '조직의 매개 없는 난입'이 발생했다."

경남도민일보·마산YMCA·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주최해 23일 오후 7시 30분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시민논단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는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강연에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획취재부장, 이인안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 이옥선 마산시의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촛불집회는 왜 일어났나? = 고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쇠고기 협상 처리' 등을 하면서 대중의 불안을 크게 증폭시켰고, 이러한 '먹구름'에 '방전'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내부에 있지만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대중에게 상실감을 줬고, 삶을 좌우하는 결정에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을 일으켜 대중이 이를 표출해 내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 4월 6일 '안단테'라는 아이디를 쓴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든 '국민청원'이라는 공간에 1000명을 서명 목표로 해서 대통령 탄핵 청원을 올렸는데, 순식간에 100만 명을 넘어버린 것을 예로 들었다.

◇촛불을 밝힌 이들은 누구? = 그는 촛불시위 참석자는 학생, 주부, 노동자, 실직자, 노인 등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지만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노사정위원회 회의장에 기륭전자, 코스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가 난입했던 것과 같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여하지 못해 항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촛불시위 = 이번 촛불집회의 특징으로는 '사이버 공간'과 '실제 공간'의 연결을 꼽았다.

집회 참가자가 기록자가 되고, 다시 일상에서 분석자와 전파자 임무를 수행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집회에서 사회자가 온라인 대중들에게 '청와대 홈페이지를 다운 시키라'는 지침을 전달하자마자 곧바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일어난 이 사실은 다시 곧바로 오프라인 시위자에게 전달됐다. 고 대표는 "종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는 바이러스처럼 서로 소통 불가능한 이질적 장을 뛰어넘은 '행동 미디어'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시위는 중기 목표 이미 달성" = 고병권 대표는 소강상태인 촛불 시위는 이미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인 '소통'을 보여준 만큼 중기 목표는 달성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시위를 했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면 어쩌나! 라는 공포감이 있다. 장기적인 목표가 쇠고기 재협상, 이명박 퇴진 등인데, 이걸 이루는 건 사실상 어렵다. 우리는 '아고라' 광장에서 '비국가적인 공공성'을 보여줬다. 촛불을 드는 과정에서 얻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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