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벵에돔이오~ 비와도 더워도 즐거워 여름에 제격

줄줄이 올라오는 벵에돔. 구이에서 물회, 매운탕까지 그 변신도 화려하다.
두텁게 몸을 감싸던 옷가지가 서서히 가벼워지다가 완전히 벗어던지고 싶은 계절이 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벵에돔낚시 시즌이 시작된다.

뜨겁게 달아오른 갯바위에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쉬지 않고 훔치면서도 마냥 좋고, 쏟아지는 장대비에 온몸이 젖어가면서도 결코 낚시가 지겹거나 싫지 않을 때가 바로 흑기사라 불리는 벵에돔낚시 시즌이다.

다른 어종들에 비해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파괴력이며, 발밑으로 파고들면서 당기는 강력한 힘들은 벵에돔낚시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강력하고 화끈한 손맛 때문에 감성돔낚시를 즐기고, 마릿수 손맛 때문에 볼락낚시가 재미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벵에돔낚시는 마릿수와 손맛 모두를 충족할 수가 있다.

또 조건이 맞아떨어져 밑밥 한 주걱에 기는 물속에서, 마치 토네이도처럼 비취색 기둥을 만들며 피어오르는 벵에돔을 보면 벵에돔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분들은 풀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벵에돔의 입맛을 피하고 계시지만 그것도 요리하기 나름이다. 이 시즌에 벵에돔만큼 다양한 입맛을 즐기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구이에서 매운탕, 특히 껍질만 살짝 구운 회는 요리법 자체가 다른 회들과는 확실히 다르면서도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출조 후 갯바위에서 받은 열기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입맛은 벵에돔 물회일 것이다. 각종 채소에 벵에돔을 썰어 밥과 얼음을 넣고 비비다 보면 시원한 얼음물이 녹아들면서 그 내용물들과 섞이게 된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한 회와 밥 그리고 채소들이 어우러진 벵에돔 물회는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기승을 부리던 장맛비가 잠시 멈춘 어느 날…. 서둘러 가족들과 밑밥을 챙겼다. 근 일 년여 만에 벵에돔 출조를 한다. 말이 일 년이지, 낚시인들에게 일 년이라는 것은 거의 낚시를 끊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벵에돔낚시만….

밑밥을 제조하는데 온갖 정성을 쏟아붓는다. 크릴을 커터로 잘게 부수고, 빵가루와 파우더를 넣고 맨손으로만 이리저리 비비고 섞는다. 다른 어종들에 비해 벵에돔낚시는 밑밥의 배합이 승부수라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일 년 동안 묶어두었던 목줄 찌며 벵에돔 바늘까지 일일이 챙겨 소품 통에 넣고는 다시 한 번 체크, 흠!! 이쯤이면….

   
 
   
 
 
애마 금양 탱크는 뜨거운 바다를 시원하고 힘차게 가르며 달린다. 장마 뒤라 그런지 그리 덥지는 않고, 수온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벵에돔은 이미 물속 사방을 헤치고 다니는 듯하다.

20여 분 동안을 발밑에 잡어를 불러모으고 조금 먼 곳에 입질 포인트를 정하고 채비를 날렸다. 그 위에 밑밥 한 주걱, 스멀스멀 가라앉는 밑밥 아래로 풀빛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그래!! 와라, 와라~그리고 빨아라, 하하.

짧게 찌스토프가 끌려가는 듯싶더니 물속으로 찌가 잠기고 찌를 향해 원줄이 바쁘게 달아난다. 슬쩍 낚싯대를 반대로 젖히니 묵직한 힘이 손으로 전해온다.

반대쪽 수중 여 쪽으로 힘차게 달아나는가 싶더니 어느 정도의 릴링에 다시 방향을 바꾸어 발밑으로 파고든다.

그래 이 맛이야, 이 손맛이라고, 흐흐흐~ 나의 장검은 트위스트라도 추는 양 이리저리 허리를 흔들어대고, 나의 손과 허리도 함께 춤을 춘다. 좌우로, 상하로, 녹색의 몸뚱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마지막 저항을 하는 그놈이 아주 예쁘다. 비취 색의 둥글고 작은 눈에 나의 마음은 깊이 빠져버린다.

다시 캐스팅. 좀 전보다 더 많은 벵에돔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밑밥을 보고 피어오른다. 하나, 두~울 셋!! 휙~~ 처음보다 훨씬 먹이 경쟁력이 강해지니 입질도 훨씬 시원해졌다. 또다시 차고 달리는 힘이 대 끝을 통해 손으로 전해지고 좀 전보다 더 강한 손맛이 느껴진다.

   
 
 
바빠지면 황금 같은 손맛도 금세 끝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손맛을 위해 얼마를 수련하고 기다렸던가.

지리산에서 십 년 백두산에서 이십 년, 갈도에서 삼십여 년, 킥킥. 머릿속에서 장난스런 유머까지 빙빙 돌아가며 나의 손맛과 즐거움을 배로 증가시키고 있다. 좋~았~어!!

연발탄. 거짓말처럼 올라오는 벵에돔 손맛에 팔이 우리할 정도다. 쉼없는 들어 뽕에 어떤 때는 뜰채까지 대야 할 정도로 살이 통통히 오른 씨알 좋은 벵에돔에 난 한없이 빠져버렸다.

이제 그만할까 보다, 다른 분들의 손맛 위해서. 기포기통솔에 이미 더 들어갈 구석이 없다. 한쪽 모서리 바닷물이 고여있는 곳에다 갖다 부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야~많네…. 대박이다…. 흐흐흐~ 찢어진 듯한 입가에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온다. 다른 분들도 많이 잡았어야 할 것인데….

많이 잡으신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도 계셨지만 모두가 즐거우신 듯 왔던 곳으로 편하게 돌아온다.

타는듯한 노을을 눈에 담으며, 철수 후 잡으신 고기를 꺼내놓으시며 이랬니 저랬니 하시며 늘어놓으시는 낚시 후기도 재밌고 즐겁다. 이런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 우리는 바다로 가는가 보다.

우리 마음속에 아무리 빼내도 비지 않는 저금통이 있다. 그러나 그 저금통속도 관리하지 않으면 녹슬고 더러워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아낍시다, 우리의 바다를….

/조상권(삼천포 금양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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