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황 실시간 보도 집중…이동중계·거리편집국 등장

<시사IN> 거리편집국 모습. /<시사IN> 제공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한 '촛불문화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비장함과 엄숙함이 빼곡했던 거리시위를 '유쾌 통쾌 상큼 발랄 신나는 시위'로 바꾸어 놓았는가 하면, 그동안 여론을 쥐락펴락했던 아날로그 정치·언론 권력의 '의제 설정' 기능을 무력화 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도 '촛불 진화'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시위대가 모인 곳에 '거리편집국'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터넷 매체는 디지털 기술발달에 힘입어 '이동식 현장 생중계'로 누리꾼들의 눈과 귀를 붙들고, 기성 매체 뉴스룸에는 불쾌하고 불편한 경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웬 '거리편집국'? = <시사IN>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입구에 천막을 쳤다. "촛불시위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새로운 방식의 시위여서 일주일을 기다리면 패턴이 완전히 바뀐다"고 주진우 거리편집국 상황실장이 설명했다.

내용과 형식, 촛불시위 관련 뉴스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데 주간지 형식으로는 이를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사IN>은 촛불집회가 시작되는 시각에 거리편집국을 열었고, 집회가 끝나는 시각에 '텐트'를 접었다. <시사IN>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서울서 열린 촛불문화제 현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했으며, 온라인에 맞는 다양한 형식의 기사와 인터뷰 동영상 등을 올렸다.

"편집국을 지키지 않고 이렇게 기자들이 거리로 나오면 객관성은 어떻게 담보하느냐" 했더니 주진우 상황실장은 "모든 기자들이 나온 건 아니다. 젊은 기자 위주로 나왔다. 데스크급 기자들은 편집국에 남아 균형을 잡아준다"라고 했다.

◇이동식 현장중계 다음엔 무엇을 하지? = <시사IN>이 청계광장에서 '알박기'로 성과를 냈다면 <민중의 소리>는 생생한 '이동식 중계'로 누리꾼들의 호평을 받았다. <민중의 소리>는 지난달 2일부터 지금까지 서울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모두 '이동식 생중계' 서비스 했다.

김동현 <민중의 소리> 편집부장은 "요즘 사이트가 위협받을 정도로 접속자가 몰려들고 있다. 현장에서도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주거나 심지어 성금도 쥐여줄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태근 <민중의 소리> 편집부 기자는 좋은 반응과 관련해서 내부 평가를 소개해줬다.

"최대한 리얼한 시위장면을 담고자 카메라 파손(실제로 1일 새벽 경찰의 물대포로 1대가 파손됐다)도 각오하고 근접 촬영을 했다. 경찰출입 기자를 통해 시위대의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 '좋은 장면'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대개 누리꾼들은 <오마이뉴스>나 <아프리카> 등을 동시에 켜놓고 보는데, 화면의 질에서 '민중의 소리'가 조금 앞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걱정도 많이 된단다. 김동현 편집부장은 "누리꾼의 진화 속도가 엄청나다. 언제까지 '격한 현장'만 쫓아다닐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앞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다양한 볼거리를 내놓을 지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기성 매체의 관행까지 바꾸는 힘 = '촛불시위 진화'의 불똥이 기성 매체 쪽으로도 튈 조짐을 보인다.

인터넷매체와 누리꾼들의 '실시간 중계'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로 상징되는 인터넷 기반의 공유와 소통 문화에 기존 매체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진순 기자(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한국기자회협회 누리집(http://www.journalist.or.kr/)에 올린 '촛불집회와 뉴스룸'(5월 26일)라는 글에서 "이번 촛불집회 보도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밤샘 보도를 한 기성매체는 한겨레신문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온라인 뉴스는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생산, 소비, 유통되고 있으나 기성 매체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뉴스 콘텐츠를 다루는 절대 인력이 여전히 오프라인 뉴스룸에 매달려 있다. 신문사의 경우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지만 신문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 뉴스 소비자의 플랫폼 이동이 현저해진 최근까지도 온라인에 핵심역량이 배치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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