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처럼 휜 낚싯대에 놈이 걸렸다

     
     
 
잔뜩 찌푸린 날. 지난번 참돔 선상촬영을 마무리 못해 오늘 2차 시기를 떠나기로 했다.

2시경. 촬영팀의 출발전화가 오고, 나도 출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슬며시 왕사미가 다가오더니 실실 알랑방귀를 뀐다. 커피 한 잔을 종이컵에 타서 들고 바짝 옆으로 따라붙음서…, 내도 따라가믄 안돽까? 챠라마!!

아그덜 밥은 우짜고!! 저거들이 잘 챙기 묵넌다 아이가!~ 그라고 아지매는 자리가 모자라가 같이 안 된다. 낸 갯방구에 떨가주라먼…. 낸 감쉐이 잡을끼돠~.

몇 번을 뿌리치는 데도 줄기차게 얄랑거림서 쎄빠지게 청소도 허고 밥 준비허고, 아예 화장실 앞까지 따라댕김서 찐드기 작전을 벌인다. (혼자 갯바위에 내려두는 것이 불안해서였는데 결국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대교(명일이)한테 전화를 돌렸다. 니 낚수 갈래? 오데가는 데예? 수우도 감쉐이 마이 나오는데 안 갈래? 너거 행쑤가 니캉 맞장뜨고 싶단돠. 알것심더. 오라고 한 줄도 모르고 또 옆으로 다가오더니, 헌테 전화하까? 대교보고 오라 했다. 순간 왕사미 입이 귓방구에 걸리뿐돠.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온 대교…. 김밥을 시키고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고성 맥전포로 향해 기다리고 있던 해광호에 승선. 수우도에 왕사미와 대교, 그리고 가족님 한 분을 하선시키고 수심 등 포인트 여건 등을 설명허고 미녀를 만날 사량도쪽 대섬으로 향했다.

수우도 갯바위 낚시.

◇"우수도 감쉐이 마이 나오는데 안 갈래? 너거 행쑤 니캉 맞장뜨고 싶단다" = 찌푸리던 날씨가 한두 방울의 빗방울을 뿌리며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원래 난 비 맞고 낚수허넝걸 억수로 싫어 허걸랑~. 꽤나 쏟아질 듯하던 비는 옷 젖지 않을 정도로 왠지 기분 좋게 내린다. 햐~, 여러분덜 오늘 감이 억쑤로 좋심돠~. 뭐가 될 꺼 같은디.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입질은 없고 왕캐푸의 노련한 조법으로 '대물멸치' 한 수를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입질을 받고 챔질을 하였으나 덜컥하는느낌이 들고 대가 휘는가 싶더니 그만 바늘이 빠져버린돠.

아차!! 두어 시간을 채비를 흘렸으나 조류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포인트이동. 새로운 포인트에 닻을 내리고 진 선장은 살림망에 밑밥을 넣고 물속에 담갔다.

조류도 움직이지 않고 손 감독은 준비해간 도시락을 챙겨 나온돠. 무꼬합시돠~~~~~. 김밥을 먹으면서도 채비에 손을 놓지 못한다. 거의 밥을 다 먹었을 즈음 채비에 견제하는 순간 뭔가 또 쭉~ 빨아댕긴다. 챔질을 했으나 또 빠져버린다.

1호 대 채비를 하면서 3호 바늘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나 보다. 작은 바늘에 서너 마리의 크릴을 끼웠는데, 아마도 미끼만 물고 작은 바늘이 빠져버렸나 보다.

다시 바늘을 참돔 8호 바늘로 바꾸고 채비를 조류에 태운다. 순간 옆에 있던 드래곤 선장의 "왓따!!" 라는 외침이 들리고 대가 활처럼 휜다. 무섭게 드랙을 차고 나가더니 좌측으로 냅다 달린다.

출조를 끝낸 뒤 회포를 풀고 있다.
쉬이익 쉬~익. 드랙을 조아보지만 쉽게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대쪽에서 이바구하고 있던 손 감독의 손에는 어느새 카메라가 들려져 있다. 손 감독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계속해서 액션이 이어진다.

그러나 사십여 미터를 차고 달아나는가 하더니, 갑자기 대가 힘없이 서버리고 만다.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지고…, 원성이었나? 채비를 올려보니 바늘이 벗겨져 버렸다. 아마도 수온이 떨어져 입질이 예민해 미낄 깊숙이 빨아들이지 않았나 보다.

◇"보리멸회 한 점씩 묵고 합시다"하는 순간 낚싯대는 활처럼 휘고 = 옆에서 보리멸회를 만들어 한 점하던 지영진 씨, 한 점씩덜 허고 합시돠~ 하는 순간, 영진 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면서 무섭게 채비를 끌고나간다.

순간 자신의 장비를 믿었던 지영진 씨는 스풀을 굳게 잠갔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우측으로 겁나게 달아나던 놈이 다시 좌로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그만 수중여 속에 처박고 말았다.

작은 바늘보단  큰 바늘 유리... 강한 챔질 뒤 서서히 제압

나의 경험을 살려 대에 힘을 빼고 살살 털어내는 식으로 흔들라고 했다. 한참을 흔들어대니 놈이 여에서 빠져나와 정방향으로 달아난다. 지영진 씨의 파이팅이 다시 시작되고 모두들 시선집중. 한참 실갱이를 벌이더니 놈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에메랄드빛 보석을 등에 장식하고 사파이어 아이새도우로 곱게 장식한 바다의 미녀가 뜰채에 담기고 모두의 축하소리가 전해진다. 또다시 한참이 지났으나 입질이 없다. 30여 미터 채비를 보내고 견제를 하는 순간 작은 입질이 전해진다. 가볍게 챔질…. 그러나 별로 반항을 하지 않는다.

릴링을 하고 올려보니 씨알 좋은 볼락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멘트를 했다. 흠흠!! 어둠이 깊어지고, 두어 시간 더 낚시를 했지만 더이상 입질이 없다. 점점 빗방울은 굵어지고 바람이 나온다. "철쑤!!!!"

갯바우에 내렸던 왕사미가 만약 감쉐이를 걸었다면 한참 동안 조상이 시끄러울 낀데…. 걱정이 된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그 때까지 낚시를 하고 있다. 밥 먹을 때 빼곤 끝까지 서서 낚시를 했단다. 그러나 황~. 장하고 고맙따. 못 낚아 줘서. ㅋㅋ. 이러케 왕캐푸와 왕사미는 황을 치고 말이 없다.

늘 손맛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또 그런 것을 계기로 더더욱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기에 황을 쳐도 결코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조상권(삼천포 금양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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