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반대 측, "안일하게 대처한 시에 책임" 한목소리취지·내용·과정 홍보 않고 여론 인지 못해 사태 키워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생활체육공원 내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원 탁경현 씨 위령비 건립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과 찬반 논란이 사천시의 미온적인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위령비 건립실행위원회(가칭)(이하 건립위)와 이를 반대하고 나선 사천진보연합 양측은 7일 건립 과정, 내용,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해 온 사천시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5월 7일 자 6면 보도>

지난해 7월부터 건립위와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한 사천시가 터를 제공하고 기반조성비로 1300여만 원을 포괄사업비로 활용해 지원하기로 하면서도 사업 주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 여론과 논란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진행 과정 등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사태를 커지게 했다는 것.

진보연합 관계자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고 올바른 역사적 판단이 선 후에 위령비를 세워야 하는데도 시가 이 과정을 무시했다"며 "검증 절차를 무시한 시의 책임이 크다"고 비난했다.

건립위 홍종필 동경대 교수는 "항상 찬성이 있으면 반대 뜻이 있기 마련이다"면서 "지난해 7월부터 시에 위령비와 관련 자료를 전달하며 지금까지 이번 사업을 논의해 왔지만 시가 시의회나 시민들에게 이를 알려 함께 토론할 기회를 마련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전에서 억울하게 숨진 우리 1만 5000여 명의 영혼을 달래고자 15년간 노력해 왔다"며 "위령비 건립은 태평양 전쟁 당시 희생자임에도 한·일 양국에서 버려진 이들에게 이름이라도 찾아주고 영혼이라도 돌아오도록 기원하는 데 있다"고 건립 취지를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공개 토론회를 통해 탁경현 씨의 태평양전쟁 강제동원을 비롯해 건립 취지와 추진과정, 앞으로 계획 등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천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위령비 건립과 관련해 누리꾼들은 "사천시는 이왕 위령비를 세운다면 강제징용 위령비를 세우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목적이 전쟁에서 전사한 분들을 기리는 거라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강제징용된 분들을 떠올리십시오"라고 지적하는 등 많은 의견이 올라있다.

시 관계자는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될 줄 몰랐다"며 "추진 과정과 내용 등을 미리 시민들에게 알리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부분은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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