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첫 출조 '민통선' 침투작전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아들 은상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사를 하기 위해 삼천포로 이사를 했다. 어릴 적 추억을 잊지 못해 아는 형님들을 따라서 거의 매일 낚시를 다녔다. 그때만 해도 찌낚시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질 않아, 장대 맥낚시로 감성돔을 낚으러 다녔었다.

장사를 시작한 직후라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을 쪼개 새벽 일찍 3시쯤 일어나 먼동이 트기 전까지나, 일과를 마치고 밤 9~10시경에 주로 낚시를 다녔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진늘방파제로 차를 타고 가서, 전날 미리 사놓은 참갯지렁이로 밤낚시를 하였다.

조상권 대표가 낚시 밑밥을 투척하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감성돔은 밤에만 활동하는 고기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하늘같은 선배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듯했다. 그 후 찌낚시가 도입되면서 낮에도 감성돔이 낚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도 시대에 즈음하여 가까이 있는 아는 형님의 낚시점에서 찌낚싯대 라는 것과 찌와 조끼 등 소품을 구입하였다.

그때만 해도 물건값은 거품덩어리에 찌는 모두가 일본산이어서 하나에 2만 원을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건 팔아서 조금씩 딴 주머니에 넣은 돈을 모아, 아니면 외상으로 하나하나 찌낚시에 필요한 구색들을 맞추어 나가고 있었다.

◇첫 출조, 기대감에 밤을 지새우고

어느 날, 밤마다 어설프게 연습하던 찌낚시 장비를 챙겨 새벽 일찍, 미리 사두었던 밑밥이란 것을 통에 담고 남일대 해수욕장 바깥쪽에 위치한 코끼리바위로 달려갔다.

소문으로 거기에서 감성돔이 잘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거기만 가면 초보도 한두 마리의 감성돔은 쉽게 낚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에, 밤새 첫 감성돔을 낚을 기대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곳은 군인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 곳이라 밤에는 접근불가였다. 그러나 첫 감성돔에 대한 나의 기대는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다.

때는 유월의 초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이 많이 차면 갯바위로 진입하는 길이 없어지기 때문에 물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면 들어갔다가, 중들물이 되면 서둘러 빠져나와야 하는 곳이었다.

포인트에서 약 1㎞ 정도 떨어진 방파제에 나의 달구지를 주차하고, 어둠 속에서 물이 채 빠지지도 않은 특급 포인트로 침투가 시작되었다.

어깨엔 낚시가방을 ×자로 메고 한쪽 어깨엔 밑밥통을, 그리고 쿨러에 음료수와 얼음까지 채우고 어둠 속의 해안길을 발이 빠져 가면서 조심스레 침투해갔다.

혹시나 중간에 군인들이 근무라도 서고 있다면 돌아와야 한다. 혹시라도 들킬까봐 군인들이 근무서는 곳 가까이서부터는 해안길을 피해, 나무 등으로 나를 은폐할 수 있는 최하위 능선인 2분 능선 쪽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조심스레 움직여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보니 철조망이 보인다. 비무장지대를 지나 드디어 무장지대로 들어서려는 찰나, "누구냐? 암호!!" "헉!!! 지, 지기미…"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얼어버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어, 저~, 저~, 저, 미~, 민간인인데 길을 잘못 들었심니다. 미안하요." 마치 도적질이라도 하러가던 놈처럼 놀라 자빠질 뻔하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켜가며 그렇게 36계를 놓고 말았다.

한참을 열나게 후퇴해 오다보니 희끄무레 동이 트는 듯하다. 아차! 날 새면 근무 끝나고 저넘마들도 철수하제. 그럼 기다려야지. 멀찍이 숨어서 그넘들 철수하기를 기다렸다. 긴장된 마음을 달래려 담배를 꺼내 물고, 혹시나 불빛이라도 새어 나갈까봐 군대에서 배운 대로 확실히 불빛도 가렸다.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여명이 밝아오니 드디어 적(?)들이 철수를 한다. ㅎㅎㅎ.

◇민간인 출입 금지지역 '침투 성공'

직벽을 따라 기어오르고, 줄을 타고 내려가기도 하고, 한꺼번에 장비를 옮길 수 없을 땐 하나씩 나누어 나르기도 했다.

머리끝에서 얼굴을 타고, 팬티 속으로까지 비지땀이 흘러내렸지만 힘들다거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고지가 눈앞인데…. 초보의 눈엔 모두가 좋은 포인트 같았고 아무데나 던져도 감성돔이란 넘이 물고 늘어질 것만 같았다.

군인들 피해 힘겹게 포인트 안착 성공…연이어 줄 터져 '찌' 손실

오늘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학창시절을 통틀어도 못 할 만큼의 공부와 연습을 해왔던가. 실로 나 자신도 믿지 못할 만큼의 공부를 했었다.

일본 낚시 명인들의 비디오테이프란 것은 거의 주문해서 독파했었고, 그분들 말은 알아먹지 못했고 폼만. 그리고 낚시 잡지는 몇 번씩이나 반복학습을 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내용의 페이지까지 외울 정도였다. 그런 땐 내가 봐도 나 자신이 너무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이제는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할 시간.

삼천포화력발전소.

장비를 펴고 찌를 달고, 배운 대로 채비하는 동안 고기를 모으기 위해 미리 밑밥도 몇 주걱 던졌다.

수심은 대충 물이 많이 들었으니 8m 정도. 채비를 던지고 밑밥을 뿌렸다.

채비가 좌에서 우로 흘러가다가 잠시 멈춘다. 그리고는 슬며시 채비가 물에 잠긴다. 배운 대로라면 이것은 대물입질…,

"에랏차차차~, 이넘 죽어라~." 사무라이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새벽하늘을 가르며 사정없이 대를 세웠다. 후렸었나? 뭔가 엄청난 넘이 대를 잡아당긴다. '헉! 왔다. 큰넘일수록 대를 뺏기면 안 된다는 말을 낚시 방 옆을 지나가다가 들은듯하다. 그래, 지면 안 되지.'

한참을 그렇게 대를 세우고 있었으나 대물감성돔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빠른 판단력으로 이건 감성돔이 아니고, 코끼리 앞발톱정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쒸!!

◇드디어 입질이다. 이건 틀림없이…

완초라 채비 한번 빼내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혹시나 비싼 낚싯대라도 부러지지 않을까. 원줄 터지면 비싼 찌라도 떠내려버릴까 싶어 목줄이 늘어질 때까지 어르고 달래가며 낚싯대를 흔드니 채비가 빠질 리가 있나.

멍청한 것이 그 목줄 한번 터트리는데 삼십여 분은 걸린 듯싶다. 그나마 판단이 빨랐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채비 몇 번 걸리고 빼는데 해 떨어질 뻔했다.

한참 뒤, 드디어 입질이 왔다. 이건 틀림없이…, 역시나 좌에서 우로 흐르던 찌가 껌뻑하는 듯싶더니 사정없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눈 깜박할 사이에 입가엔 미소가, 머릿속엔 희열이, 가슴엔 짜릿함과 성취감이 엉망진창으로 온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잠시 손맛을 보는 듯 했는데 또다시 채비가 움직이질 않는다.

'얼래? 우찌된겨? 틀림없이 입질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알 수 없는 고기가 물어 여 속으로 박아버린 것이었다. 또 앞에서처럼 한참동안을 장대를 높이 흔들며 하늘 향해 노를 저었다. 그러다 팅~ 하며 원줄이 터져버렸다.

빠른 조류를 따라 찌는 멀리멀리 떠내려 가고, 머릿속으로 찌값을 계산하며 옷을 벗을까 말까를 재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중 가만히 보니 조류가 안쪽으로 밀리는가싶더니 반대쪽 갯바위 쪽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하다. 낚싯대를 조심스레 세워 두고 뜰채를 들고 그 곳을 향해 뛰었다.

그런데 뜰채를 펴고 찌를 건지려고 하니 약간 모자란다. 다시 한번 팔을 늘어트리고 해보았으나 여전히 짧다. 건지려고 자꾸만 뜰채를 움직이다보니 파장에 의해 오히려 찌만 멀어진다.

사천 코끼리 바위 포인트.

시간은 흘러 이제 귀가해야할 시간이다. 제때 집에 가서 문 열고 청소 안하면 마눌헌테 뒤진다. 마음은 급하고 찌는 더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첫 감성돔을 향한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런데, 담배만 피워 물고 주저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용왕님께서 날 도우시는 것인가. 날이 밝아지면서 어부님들께서 작업하러 나가시는데, 그 배들의 파도에 조금씩 찌가 가까워진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다시 뜰채를 잡았다.

찌 건지려다 펼쳐든 뜰채마저 '풍덩'…허무하게 끝난 첫 감성돔 꿈

이번엔 충분히 닿고도 남을 거리, 힘차게 뜰채를 찌를 향해 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찌를 향해 뻗어나가던 뜰채 망 프레임이 뜰채로부터 탈출을 한다. 오 마이갓!!!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뜰채망은 정확히 찌를 덮고 함께 물속으로 잠수한다.

"어 어 어~~."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그렇게 찌는 뜰채 망과 함께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허망할 데가.

온몸에 힘이라는 힘은 다 빠져버렸고, 마치 패잔병처럼 낚시가방과 쿨러 속에서 굴러다니는 얼음만 가지고 힘들게, 너무도 힘들게 꼬이는 다리를 힘들게 진정시켜가며 왔던 길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마눌헌테 디지게 깨졌다.

첫 감성돔을 향한 나의 웅장했던 꿈은 그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조상권(삼천포 금양낚시 플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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