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시간 많이 들었지만 '무책임한 병원'에 철퇴

여기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린 사람이 있다. 30대 주부인 ㄱ씨는 의료사고 소송에서 승소했다.

아주 힘든 일이었고 그리 큰돈을 받지도 못했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2년 6개월 만에 = 마산에 사는 주부 ㄱ씨는 지난 2004년 12월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에게 효도 검진을 해 드리기로 했다.

집 근처 ㅎ병원을 찾으니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검진 상품을 권했다.

내시경 검사를 받던 날 아버지는 오래도록 검사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침대에 실려 나왔는데 병원 쪽에서 급히 ㄷ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ㅎ병원 쪽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하다 혈흔이 발견됐는데 암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ㄱ씨는 무언가 중요한 게 발견됐구나, 내시경 검사를 하길 잘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내시경 검사를 하다 대장에 구멍이 난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면 ㄷ병원에서 내장을 들어내서 살피는 수술까지는 하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은 컸다.

이런 사실을 알고 ㅎ병원에 따졌지만,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의료진도 자신들이 실수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ㅎ병원 쪽이 ㄱ씨에게 내놓은 합의금은 300만 원이었다.

아버지는 건설기계 운전자로 한 달에 300만 원을 벌었다. 이 사고로 아버지는 몇 달째 일을 못하고 치료만 받았다.

ㄱ씨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해 소송을 하기로 했다. 주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시간 낭비, 돈 낭비에다 승소하기도 어렵다며 ㄱ씨를 달랬다. 하지만, ㄱ씨는 물러설 수 없었다.

병원이 정말 아무 잘못이 없었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 서울에 있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고 했다.

2년 반이 넘게 힘든 소송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창원지방법원은 ㅎ병원이 ㄱ씨에게 26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소견서 판독을 잘했다" = ㄱ씨는 재판에서 이긴 결정적인 이유가 소견서 판독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사에 번역 의뢰, 허위 사실 다수 확인

이 소견서는 내시경 검사를 한 ㅎ병원에서 ㄷ병원 의료진에게 보낸 것이다. ㄱ씨는 영어로 된 이 소견서를 다른 의사에게 보여 번역했다. 거짓말로 가득한 소견서였다. 소견서에는 아버지가 ㅎ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자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내과 진료를 받던 중 뭔가 이상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고 그래서 혈흔이 발견됐는데 암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ㄱ씨의 아버지는 ㅎ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과 검진을 하다 그런 게 아니라 효도 검진 상품으로 대장 내시경을 했다.

내시경 사진도 챙겨 사고 전후 건강 상태 체크

ㄱ씨는 진료 기록도 모두 챙겼다. 보통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면 중간 중간 사진을 찍어둔다.

ㄱ씨는 그 사진을 모두 달라고 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준 사진이 이상했다. 30초마다 사진이 찍혔는데 중간에 몇 분이 없었다.

그리고 의료사고가 났을 때부터 아버지의 사진을 계속 찍었다. 이는 아버지가 회복하더라도 당시 얼마나 몸이 안 좋았나 증명할 수 있는 자료였다. 이런 증거를 들고 ㄱ씨는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힘겹게 소송을 했다.

ㄱ씨는 ㅎ병원에서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만 했어도 소송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소송을 하며 들인 돈과 시간으로 따지면 법원 판결로 받은 돈은 본전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무척이나 만족한다고 했다.

어쨌거나 병원이 잘못했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소송하겠다고 나서면 힘들어도 한번 해보라고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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