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불편해도 손맛은 그만

   
 
 

올해 2월에 내가 속한 '하늘 낚시 카페'의 시조회 겸 정기출조를 그 유명한 통영 욕지도에서 1박 2일 동안 했는데, 필자의 주특기인 헝그리 조법(끼니를 굶어가면서 철수 낚싯배가 도착할 때까지 낚싯대를 접지 않는 악바리 조법)의 진수를 보여주며 낚시를 했건만, 궂은 날씨에다 저수온 탓으로 잡어 입질조차 받지 못하는 완패를 당한 쓰라림이 있어 그 이후부터 3월 내내 바다낚시와는 인연을 끊고 있었다.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주말에 겹친 탓도 있겠지만 주중에 그토록 쾌청하던 날씨가 주말만 되면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다 보니 주말 낚시꾼들에게는 3월의 주말이 그리 반갑지만 않았던 것 같다. 3월 마지막 주말에 하늘 낚시 카페의 모 회원이 정말로 제대로 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전라남도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근처로 낚시를 떠나기로 했다.

일기 예보를 보니 어김없이 주말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다. 기상청 예보가 틀려주기만을 믿었으나 토요일 오후 2시 30분경 동료를 기다리는 사이에 후두두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낚시를 포기하나 강행하나 기로에 서 있다가 결국 진주에서 합류하기로 한 다른 동료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쪽 지역에는 비가 아직 안 온다는 얘기만 믿고 출발! 진주에서 동료와 합류할 즈음에 후두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모두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세 명이 함께 광양제철소 근처 낚시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었는데, 밤낚시에 조황(낚이는 형편)이 좋다고 해서 오후 늦게 출발한 셈이었다. 지금 시각이 중날물 시간대라서 초저녁에 좋은 조황을 보이는 초들물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철소 앞바다 철제 교각 밑에 자리를 잡고…

FRP(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엔진을 부착해 셀프로 운전할 수 있는 배를 빌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도착한 곳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바다에 띄워놓은 구조물과 육지 간을 연결하는 자그마한 철제 교각 밑이었다.

해상 구조물과 육지 사이에 길이가 30미터 정도 되는 교각이 몇 개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 배를 교각과 나란히 세운 다음 교각 밑으로 늘어뜨려 놓은 밧줄에 배의 선미와 후미를 각각 연결하고 나니 어느 정도 낚시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졌다. 이미 두 척의 배가 교각 하나씩을 꿰차고서 배를 연결해놓고 있었으며, 각 배에는 서너 명의 조사들이 각각 타고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조과가 없는지 살림망은 보이지 않았다.

교각 밑에 배를 묶어놓았기 때문에 비를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채비 캐스팅이나 챔질 시 낚싯대를 머리 위로 치켜들 때에는 어김없이 낚싯대가 머리 위 교각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조류로 말미암아 배가 조금씩 왔다 갔다 할 때에는 낮은 교각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낚시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채비를 준비하는 동안에 먼저 채비를 완성해 캐스팅한 동료의 구멍찌가 스르르 물속으로 잠기는 게 보인다. 머리 위 교각을 의식해 반사적으로 짧게 챔질해 릴링하는 동료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다. 첫 캐스팅에 제대로 입질을 받은 것이다. 수심은 겨우 5~6미터 정도인데도 힘을 쓰는 것이 보통이 아니다. 뜰채에 담겨 나오는 감성돔을 보니 3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첫 캐스팅에 감성돔 한 수를 올린 동료 조사에 고무되어 모두 긴장하면서 찌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포스코 광양 제철소 앞바다에 띄워놓은 구조물과 육지를 연결하는 철제 교각 밑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이곳은 육지 쪽에서부터 해상 구조물 쪽으로 계단식으로 바닥 지형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보니 조류가 낚시하는 정면 방향으로 순조롭게 흘러주지 않으면 낚시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반 유동 낚시를 하게 되는 경우 수심이 깊은 쪽에서 얕은 쪽 방향으로 조류가 흘러가게 되면 바닥 걸림이 생겨버리고, 반대로 수심이 얕은 쪽에서 깊은 쪽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에는 채비가 감성돔을 유혹할 바닥층을 벗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감성돔 대신 쥐노래미와 황어 올라오고…

아무튼, 처음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날물이 끝나고 초들물이 시작되기까지 조류의 흐름이 거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입질을 받기가 어려웠다. 채비를 살살 끌어주면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내 막대찌를 살짝 잡아당기는 녀석이 있어 챔질을 하고 보니 손바닥 만한 감성돔이다. 바로 방생하고서 다시 채비 끌기를 반복하는 사이 시원한 입질이 찾아왔다. 그런데 릴링하는 동안에 묵직함이 전달되지 않고 쉽게 끌려온다. 물 위에 띄워놓고 보니 30센티미터급 쥐노래미였다. 곧이어 찾아온 입질에는 35센티미터급 황어가 올라왔다. 좋은 징조다. 곧 묵직한 감성돔 손맛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배의 가운데에서 낚시하는 동료에게도 첫 캐스팅에서의 감성돔 이후에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황어의 입질이 찾아왔다. 하지만, 수심 낮은 곳에서 낚시하는 이곳 포인트의 베테랑인 동료 조사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는 이번 겨울에 이곳에서 100여 마리의 감성돔을 잡았다고 이곳 포인트로 안내한 주인공이다. 자신의 홈그라운드인지라 처음 찾은 두 동료에게 멋진 파이팅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했었건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다 최근 며칠 간 쌀쌀한 날씨 때문에 수온이 회복되지 못해 수심이 낮은 곳보다 조금이라도 깊은 쪽에서 조황이 좋은 것 같다.

오후 늦게 출조를 한 탓이라 금세 어둠이 내리고, 이미 간조가 끝나고 초들물이 진행되는 시각이라 새로 준비한 짧은 1호 전자막대찌에 배터리를 꽂아 야간 낚시채비를 했다. 야간 낚시를 시작한 지 30분쯤 흘렀을까? 전자막대찌가 물속으로 서서히 잠기기에 가벼운 챔질을 시도했다. 꾹꾹 처박는 느낌이 묵직하게 전해온다. 낚싯대를 머리 위로 치켜들면 십중팔구 철제 교각에 부딪혀 낚싯대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방으로 45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릴링을 계속하다 보니 평상시 릴링에 비해 고기를 제압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작은 고기라도 손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철제교각 밑에서 낚아올린 고기들.

동료의 도움을 받아 뜰채에 고기를 담아 올려 보니 35센티미터급의 준수한 감성돔이다. 일단 손맛을 보는 데 성공한 터라 나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도 입질을 받은 주위로 채비를 캐스팅해 다음 입질을 기다렸다. 하지만, 더는 감성돔의 입질을 받지 못하고 볼락과 황어의 입질로 가벼운 손맛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제철소 용광로 식히고 나온 바닷물 수온 높아 연중 잘 낚여

빗줄기가 계속 굵어져 출발지로 되돌아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일행은 서둘러 배를 몰고 철수 길에 올랐다. 철수 길에 바라본 광양제철소의 밤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는데, 날씨 조건만 좋았다면 광양제철소 앞바다에서 손맛을 찡하게 보고 떠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곳 포인트는 바다 날씨와 파고와는 무관하게 편하게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제철소 내에 하선해 낚시를 할 수 없어서 배를 묶을 수 있는 곳이 철제 교각 혹은 그 주변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포인트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바닷물이 제철소의 용광로를 식히고 흘러나오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 연중 좋은 조황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좋은 포인트로 보인다.

/'하늘낚시 카페' 회원 ID 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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